[패션]지하철 객차서 '달리는 패션쇼'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9분


대열에 있던 한 여성이 다소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승객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몸을 기울인다. 자신의 옷을 만져 보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살피자 한 중년신사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이들이 ‘패션 모델’임을 밝히고 꽃씨를 나눠주자 승객들은 “람보게임 아니네?” “무슨 옷이에요?”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고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이곳은 3호선에 처음으로 선보인 ‘패션열차’. 미술열차 영화열차 디지털열차 등 각종 ‘문화열차’가 도입되는 추세에 발맞춰 패션업체에서도 지하철 ‘공략’에 나선 것이다. 먼저 동일레나운에서 대화∼수서간 노선에 투입되는 10량 열차 1대를 빌려 전체를 ‘패션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객실 내 광고판은 전체가 ‘까르뜨블랑슈’ 모델인 케빈베이컨이 각종 봄여름 의류를 입고 있는 카탈로그 사진들로 대신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이날과 같은 ‘게릴라 패션쇼’도 진행할 예정이다. 마치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패션 모델들의 등장과 워킹이 이뤄지면 승객들의 주목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측의 이야기다. 모델들은 간이 패션쇼가 끝나면 자리에 앉은 승객들에게 홍보전단과 함께 꽃씨나 사탕을 나눠 주기도 한다.

‘깜짝 패션쇼’를 감상한 서영진씨(22·숙명여대3)는 “지하철에 있으면 바깥 풍경이 안보여 답답하고 시간이 잘 안가는 것 같았는데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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