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남태우-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

  • 입력 2001년 3월 30일 19시 17분


◇"술은 비와 같습니다"

“술은 비와 같습니다. 비는 진흙에 내리면 진흙을 더럽히지만 옥토에 내리면 꽃을 피우지않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술은 좋은 분위기에 적당히 마시면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합니다. 진실 또한 술에서 나옵니다. 그걸 ‘인 비노 베리타스(In vino veritas)’,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고 하지요.”

이처럼 술 예찬론을 펴는 남태우 중앙대 교수(51·문헌정보학). 그가 ‘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창조문화)를 냈다. 남 교수는 술에 관한 정보량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 이 책은 이미 그가 출간했던 ‘흔들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 ‘주당별곡’(1999)에 이어 술에 관한 3부작의 완결편이다.

그가 이 책에서 풀어놓는 술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동서양 각국의 음주문화’ ‘한국의 음주문화 발전사’ ‘술에 관련된 의식’ 등 예측가능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주점 발전사’ ‘동서양의 주당’ 등 술에 관한 그의 해박함에 절로 ‘취하게’ 된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의 이백, 한국의 김삿갓과 황진이, 일본의 바쇼,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 미국의 헤밍웨이, 러시아의 톨스토이 등을 인류사 최고의 주당으로 꼽는다. ‘향연’의 저자 플라톤에 대해선 “술 마시고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학문적 토론을 하는 것이 바로 ‘향연’이었으니, 플라톤이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문헌정보학자인 그가 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어느날 문득 술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싶어졌다고 한다. 이후 온통 술 자료에 취해 살았던 남 교수. 정작 그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술에 관한 책을 출간하자 마치 제가 대단한 주당인 것으로 소문났는데, 사실 저의 주량은 주졸(酒拙)입니다. 소주 반병 정도니까요. 그러나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해 자주 어울려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

그는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2차, 3차 전투적으로 술 마시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비판한다.

“‘채근담’에도 나오지만 꽃은 반만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은 적당히 취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적당히’라는 주량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해요. 정신이란 뜻의 영어 단어 ‘spirit’엔 알콜이란 뜻도 들어 있으니 그것 역시 ‘정신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술을 마시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남 교수.

기회가 된다면 학교에서 ‘명주(名酒)와 주도(酒道)’를 주제로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싶단다. 431쪽, 9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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