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축의금 스트레스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3분


주말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호텔에서 열린 지인(知人) 결혼식에 가족과 함께 간 주부 김모씨(38)는 식장 입구에서부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서민 주부’인 김씨로서는 그런 화려한 결혼식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피로연 장소를 보면서 주눅은 이내 고민으로 이어졌다.

“밥값만 해도 한명에 4만∼5만원은 되겠네. 어떡하지? 축의금을 5만원밖에 준비하지 못했는데…. 남편과 애들도 함께 왔으니 이건 축하해 주러 온 게 아니라 ‘민폐’만 끼치는 것 아닌가.”

김씨는 슬그머니 호텔 화장실로 가 주섬주섬 지갑을 뒤져 ‘피같은’ 생활비 5만원을 더 꺼내 축의금 봉투를 다시 만들었다.

“직접 보고 인사를 하는 게 도리인 줄 알고 왔는데 이게 뭐람. 하여튼 10만원을 넣었으니 최소한 ‘밥값’은 되겠지.”

이 얘기를 전해들은 김씨의 여동생이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번주 일요일 내 친구 돌잔치 때 나 혼자 갔다올 테니 집에서 아기보고 있어. 둘이 가면 아무래도 10만원은 내야 할 것 같으니까.”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