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연 장소를 보면서 주눅은 이내 고민으로 이어졌다.
“밥값만 해도 한명에 4만∼5만원은 되겠네. 어떡하지? 축의금을 5만원밖에 준비하지 못했는데…. 남편과 애들도 함께 왔으니 이건 축하해 주러 온 게 아니라 ‘민폐’만 끼치는 것 아닌가.”
김씨는 슬그머니 호텔 화장실로 가 주섬주섬 지갑을 뒤져 ‘피같은’ 생활비 5만원을 더 꺼내 축의금 봉투를 다시 만들었다.
“직접 보고 인사를 하는 게 도리인 줄 알고 왔는데 이게 뭐람. 하여튼 10만원을 넣었으니 최소한 ‘밥값’은 되겠지.”
이 얘기를 전해들은 김씨의 여동생이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이번주 일요일 내 친구 돌잔치 때 나 혼자 갔다올 테니 집에서 아기보고 있어. 둘이 가면 아무래도 10만원은 내야 할 것 같으니까.”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