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국어 교과서에는 과연 실릴만한 문학 작품이 실려 있는가? 그리고 교육현장에서는 이 작품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문학평론가이자 예비 국어교사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남호 교수(고려대 국어교육과)가 최근 출간된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현대문학)’에서 문학 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증등 교과서에 실린 26편의 현대시와 소설을 분석한 이 교수는 교과서용으로는 ‘부적절한’ 작품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시는 윤동주의 ‘참회록’,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이상 고교) 등을, 소설은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중학교) 등을 들었다.
이 책에서 그는 ‘참회록’이 ‘문학’ 교과서에 실린 것에 대해 “참회 내용이 모호해 시인의 삶과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고교 수준에서는 무리한 일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사용 참고서에는 이 작품이 ‘참회록 하나 없는 한국 문학사의 한 감격’이라고 과장된 찬사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북동 비둘기’에 대해 “순박한 작품이지만 내용이 평면적이어서 시의 묘미나 감동을 전달해줄 요소가 적다”고 꼬집었고, ‘학마을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배경과 언어가 낯설어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상 고교), 이육사의 ‘청포도’(중학교) 등을 중고생들이 시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꼽았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쉬운 내용을 쓸데없이 어렵게 만들거나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오히려 문학작품의 감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진달래꽃’을 ‘식민지 상황이라는 현실을 직시한 새로운 시 형식’ ‘민중의 삶과 맥락을 같이 했다’는 식으로 풀이하는 것은 다소 엉뚱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님의 침묵’에 대해 무조건 ‘색즉시공 공즉시색’ 등 심오한 불교사상을 부여하거나, 님의 침묵을 조국상실이라고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시는 잃어버리고 전체적인 시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만 학생들에게 외우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고교 문학 교육의 초점은 교양인으로서 문학 감상 훈련에 있지, 지식 획득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데 음표의 구성이나 편곡 등의 이론을 몰라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지적. 이를테면 ‘진달래꽃’ 같은 작품은 그저 소리내어 여러 번 읽으면서 입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체험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