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한 뒤 유럽으로 건너간 것.
캔버스 전면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해 밀도감 있는 색채로 채우는 그의 작업은 표면상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몬드리안(1872∼1944)이나 러시아의 구성주의 작가 말레비치(1878∼1935)의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원근법에 의한 3차원의 공간감이 아닌 2차원 평면을 강조하면서 색채를 통해 감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작업은 분명 정은모 작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은모의 회화는 건축적인 치밀한 계산, 색의 대비와 균형, 각각의 색채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얻어지는 묘한 공간감, 채색된 표면에 드러나는 감각적인 붓터치들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 그만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비롯된 질서와 균형, 미국의 미니멀 아트에서 배운 명료한 공간구성, 그리고 폼페이 등 고대 로마의 유적에서 볼 수 있는 색감이 그의 작품에 어우러져 나타나 고대와 첨단의 현대가 함께 숨쉬는 세계를 만든다. 30여점 전시. 02―732―4677, 8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