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코스’ ‘북한산성코스’ ‘정릉코스’ ‘깔딱고개코스’ ‘인수산장코스’….
휴식년제 시행으로 임시 폐쇄된 등산로가 많아졌지만 어느 코스를 이용하든 북한산을 오르게 되면 정상에서 거대한 바위 군락과 맞닥뜨리게 된다.
일반인들도 접근이 가능한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해발 836.5m), 암벽산행길인 만경대(799.5m), 그리고 전문 암벽등반가만이 오를 수 있는 인수봉(810.5m). 서울 도심에서 이들 바위를 바라다보면 3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어 북한산을 ‘삼각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가운데서도 인수봉은 특히 국내외 산악인들을 매료시키는 환상의 암벽. 70, 80년대 일본의 산악인들이 “도심 인근에 저렇게 당당하게 잘생긴 바위가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한국에서 팔기만 한다면 사가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71년 11월과 83년 4월 ‘기상이변’으로 자일에 얽힌 등반객 수십명이 조난했고 결국 7명이 ‘동사’하는 비극이 서려 있는 곳이지만 해마다 수만명이 인수봉을 오른다.
D대학 산악부 출신인 윤찬구씨(38·회사원)는 인수봉을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고 한다. ‘알피니즘의 터전’이자 ‘알피니스트들의 요람’인 인수봉에서 산을 배웠고 암벽등반을 하고 나면 피곤한 심신이 눈 녹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1일에도 산악부 후배들이 야영을 하고 있던 인수봉을 찾았다.
겨울기운이 남아 있는 인수봉 후면부의 음지에는 은빛 ‘잔설’이 있었지만 백운대 맞은편 전면부는 햇살을 강렬히 반사시키며 ‘산악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생명줄인 자일에 몸을 걸고 선후배와 바위를 오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날아가고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는 자신을 얻게 됩니다. 인수봉 정기를 한껏 받아 그 효험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인수봉의 최대 난코스인 ‘빌라길’(총 6피치, 165m)을 지금도 ‘선두 주자’로 오를 수 있는 정도의 클라이머. 선두주자가 바위에서 실수를 할 경우 20m 가량을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윤씨는 “‘찰나’의 위험을 무사히 넘기며 한 피치, 한 피치 오르다 보면 어느새 바위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며 “힘과 기술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한 암벽등반은 마치 인생살이의 축소판 같다”고 설명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수봉의 100여개 코스를 거의 다 누벼본 윤씨는 요즘 후배들에게 ‘안전 등반’을 특히 당부하고 있다.
특히 ‘해빙기’에는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 있어 15일까지 인수봉 등반이 금지되고 있다.
인수봉 등반로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는 한국등산학교 서성식 사무국장(45)은 “암벽등반을 하다 보면 ‘낙석 낙빙’사고를 수시로 당하지만 인수봉에서의 사고율은 사실 교통사고율보다 낮다”며 “최소한의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산은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소개했다.
◇등산학교 어디가 좋을까
설악산 지리산 치악산 등 고도 1500m 안팎의 험준한 산에서 시간을 지체하다 하산도 못한 채 날이 저물어버릴 수 있다. ‘적막강산’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비상식량’ ‘야영도구’ 등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발만 동동거려야 하는 아찔한 순간이다.
‘산’을 아는 겸허한 ‘자연인’은 이럴 때 오히려 침착해진다. 좀 더 안전하고 전문적인 등반을 위해 등산학교를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등산학교(02―423―3785·www.alpineschool.or.kr)〓1974년 개교한 ‘베테랑급’ 등산학교. 21일부터 5월 27일까지 6주간 과정으로 정규반이 열린다. 산악운동의 방향, 암벽등반론, 독도법, 조난대책 등 이론교육은 물론 매듭법 야간산행법 암벽등반 하강법 등 등반실기를 다양하게 강의한다. 참가비 23만원.
▽코오롱등산학교(02―311―7720∼3·outdoorplaza.co.kr)〓코오롱스포츠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기초반 암벽반 정규반 동계반 등의 교과과정이 있다. 19일∼5월 27일 매주 목, 토, 일요일에 ‘정규반’이 열린다. 목, 토요일에는 독도법 확보물설치 등 기초등반이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일요일에는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등에서 암벽기술을 가르친다. 64명 선착순이며 참가비는 20만원.
▽한국산악회 등산학교(02―3453―3356·www.cac.or.kr)〓8∼10명씩 한 팀을 구성해 전담강사를 배치한 ‘정규과정’ 강좌는 이미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됐다.
‘안전등반교실 기초과정’은 5월 11∼27일 3주간 열린다. 기초과정에서는 야영생활 암벽등반 독도법 등 등반의 필수상식을 알려주고 1박 2일간의 현장 실습도 벌인다.
▽정승권등산학교(02―990―5014)〓국내 최초의 사설 등산학교로 90년 문을 열었다.
매년 봄, 가을에 개최되는 ‘암벽반’에서는 ‘정예 수강생’ 20명을 모집해 매듭법 확보법 하강법 슬랩등반법 크랙등반법 루트만들기 등 암벽전문기술을 교육한다.
봄 강좌는 15일부터 5월 13일까지 열린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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