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왕초보' 학부모회장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8분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학부모회 모임. 학생회 간부의 어머니 150명 중 ‘핵심임원’ 20명이 참석했다. 전교학생회장의 어머니가 회장 자리를 사양해 결국 다른 한 어머니가 추대됐다.

“우리 아들은 초등학교 이래 반장을 해 본 적이 없고 지금도 반장이 아닙니다. 나도 해 본 적이 없는데, 팔자에 지금 회장을 맡게 돼 있는지 어쩐지…. 왕초보입니다.”

‘회장’은 인사말을 하다가, 올해의 안건을 말하다가, 갑자기 “어머, 임원 소개를 안했네” 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진짜 왕초보네.”

회장은 바자, 학부모의 시험감독, 장학금 마련 등을 주도한다. 어머니들은 칭기즈칸 요릿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미있네. 한달에 한번씩 모입시다.”(회장)

“일이 있을 때마다 모여요. 일년에 5번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내년에도 회장을 계속 하시죠.”(임원들)

“가만있거라, 내 한번 해보고.”(회장)

“점점 잘 하시네요. 또 하세요.”(임원)

“그럼 하기로 하지, 뭐.”(회장)

모자를 통틀어 처음 맡은 ‘회장’은 점심값을 모두 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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