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막 무대를 장식한 이대욱 지휘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전체 합주의 따스하고 짙은 색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첫 곡으로 연주된 황성호의 ‘파랑도’는 제주 민요를 바탕으로 한 작품. 교향악단은 고유한 작법(作法)을 살리면서 친근한 요소를 최대한 부각시킨 작곡자의 의도를 잘 표현해 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은 지휘자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문용희가 협연했다. 문용희의 고르고 요령깊은 터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의외로 빠른 1, 3악장의 첫부분에서는 그의 생생한 타건이 살아나지 않았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서 지휘자는 템포를 끌어당기고 극적 요소를 강조한 연출을 시도했다. 강건하고 과감한 ‘베토벤식’ 브람스였다.
3일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첫 곡인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이었다. 이탈리아인인 지휘자 팔레스키의 손끝에 악단은 잘 따라왔다. 최후의 클라이맥스를 쌓아나가는 구축력이 금관의 날렵한 반응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벤자민 리의 ‘현악4중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맛깔난 리듬감을 전해주는 작품이고 금호현악사중주단은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그러나 곡 자체는 악기간 대화 등 현악사중주 고유의 매력을 잘 이끌어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은 템포를 높여 극적 긴장을 최대한 부각시킨 연주였다. 악단은 잘 반응했지만 1악장 서두부에서는 강약 대비의 윤곽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4일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또다른 차원의 감흥을 안겨주었다. 앞서 두 악단의 음향도 균형이 잘 잡혀 있었지만, 이 악단이 만든 ‘화폭’은 훨씬 밝은 조명 아래 비춰진 듯 했다.
현은 맑고 화창하며 금관도 ‘소리끝’이 살아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아쉬케나지 편곡) 등 두 러시아곡의 화려한 ‘관현악 팔레트’를 본토박이 악단과 흡사하게 재현했다. 러시아인 상임지휘자 키타옌코의 조련은 분명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종훈은 작품이 요구하는 매끄러운 터치와 때로 폭발적인 음량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러시아 현대 레퍼토리의 전문 피아니스트가 드문 우리 음악계의 한 구석을 메꾸어줄 신예로 평가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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