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에 찍어 먹어요
‘광우병’에 대한 막연하고, 때로는 근거 없는 불안감 탓인지 아직 적지 않은 고기집들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다. 이 때문인지 역설적으로 고기 소주 마늘 밑반찬에 된장찌개 정도였던 ‘고기집 메뉴’들이 해산물과 면류 기타육류 등으로 다원화되고 있다. 또 깔끔한 이미지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광우병 파동’에 둔감한 젊은층을 주 공략대상으로 삼은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燒肉)’집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예전처럼 ‘한우’라고 무조건 주장하지 않고 ‘미국산, 호주산 1등급’임을 써붙여 놓은 곳도 많다. ‘유럽산’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불고기’의 일본말인 ‘야키니쿠’. 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한국식 불고기와는 달리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각종 소스에 찍어먹는다.
고려대 학생 교직원들이 자주 들르기로 소문난 서울 성북구 보문동 ‘대화옥(大和屋·02―953―2233)’에는 마늘 참깨 생강 참기름 고추 물엿 등 무려 18가지 재료가 들어간 별미 소스가 유명하다.
진한 갈색빛이 우러나고 달착지근한 맛이 깊게 우러나 스테이크 비슷한 맛도 난다.
등심 안심 차돌박이 등 일반적인 부위뿐만 아니라 안창살 토시살 홍창 염통 등 특수부위가 섞여 있는 모듬 고기(1만8000원)가 주 메뉴. 다양한 부위의 생고기를 그대로 굽기 때문에 육즙이 우러나 입안에 스며드는 느낌도 다채롭다. 양이 500g이나 돼 일반 고기집의 3인분에 육박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익끼(一氣·02―544―0466)’ 역시 다양한 소스와 함께 ‘텅(소혓바닥)’, ‘호르몬(소 대창)’, ‘미노(소 위장)’ 등 한결 세분한 부위를 제공한다.
부위별로 120∼239㎉까지 열량을 표기해 잘 골라먹으면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8시간이나 익혀 장조림보다 부드럽고 기름기도 없는 ‘고기조림’은 이 집 고기요리의 백미.
연근의 구멍에 쇠고기살을 넣은 ‘샌드튀김’, 등심스테이크를 주사위 모양으로 만든 ‘데굴데굴스테이크’는 모양도 앙증맞다.
▽다양한 메뉴로 승부
고기를 제외하고 ‘색다른 입맛’을 주는 곳이 늘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매봉역 먹자골목에 위치한 ‘소판돈고기집(02―577―7752)’에는 쇠고기 양지를 24시간 이상 푹 곤 육수에 들깨 부추 토란대 대파 쑥갓 등과 재래식 양념으로 맛을 낸 스태미나식 ‘소판탕(4000원)’, 멸치로 잘 우려낸 국물로 만든 ‘잔치국시(3000원)’가 한끼식사로 고기보다 더 인기다. 이달부터는 ‘생오리로스(6500원)’ 등 다채로운 부위별 오리고기를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근처의 ‘부산갈비(02―761―3334)’에는 모둠고기를 주문하면 왕새우를 사람 수만큼 구워준다. 고기 다음에 먹는 ‘식사’로는 된장찌개 냉면 외에도 2가지가 더 있다. 이 중 냉모밀은 칼로리가 적고 담백한 다이어트식이며 간장게장은 몸통에 알과 살점이 꽉 차있어 유명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광양불고기(02―418―4601)’는 생굴 갈치속젓을 밑반찬으로 서비스한다. 또 크기에 따라 마리당 2만∼3만원인 ‘갈치조림’을 판매해 아직 쇠고기에 대해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