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아리송한 제보전화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36분


최근 신문사 편집국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앳된 목소리의 여자였다.

“제보를 하고 싶은데요. 해도 돼요?”

“그럼요. 말씀하세요.”

망설이는 듯 얼마동안 뜸을 들이다 “제보자의 신원은 확실히 보장할테니 안심하라”는 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힘들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파업중인데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요. 신문사에서도 모르시죠? 이런 사회적인 문제는 기자들이 널리 알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기자들도 모르는 게 많답니다. 도대체 누가 파업을 하고 있는데요?”

“××대 ××캠퍼스예요.”

“교직원들이 말이죠?”

“아뇨. 학생들이요.”

“그럼 ‘파업’이 아니라 ‘수업거부’ 아니에요?”

“아! 맞아요. 수업거부.”

“그런데 왜 수업을 거부하는 거죠?”

“…. 잘 모르겠어요.”

“이유도 모르고 전화를 하셨어요?”

“취재해보시면 되잖아요.”

“지금 전화하신 분은 같이 수업거부를 하는 학생 아니에요?”

“학생은 맞는데 학생회 간부는 아니거든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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