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드렁큰 타이거, 2집에 직설적인 랩 담았다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2분


'드렁큰 타이거'는 국내에서 힙합의 형식과 내용에 가장 정통한 그룹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국내 다른 힙합 그룹과 달리 떠들썩하지 않고 선율감도 거의 없다. 강하고 몽환적인 힙합 리듬과 이를 타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분노의 랩이 이들의 매력. 이들은 “힙합은 분노이자 자유”이라고 말한다.

최근 힙합 마니아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드렁큰 타이거’의 새 음반 ‘더 레전드 오브(The Legend of) …’. 사운드가 더 무겁고 어두워졌고, 분노의 표현이 더 농밀해졌다는 인상을 준다. 이유가 뭘까.

‘드렁큰 타이거’의 멤버 타이거 JK(27·본명 서정권)는 지난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결백하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항고해놓고 있다. 음반 재킷에도 판결에 대한 분노를 직접 써놓았다.

타이틀곡 ‘굿 라이프’는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쓴 곡으로 그동안의 고통이 담겨 있다. 타이거 JK는 “가사에 분노와 함께 희망을 담았다”며 “래퍼(Rapper)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여과없이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젠 내 가슴에 파인 상처로 메꿔 그리고 나의 울분을 토해 뱉어.…내 세상을 위해 건배’

수록곡 ‘지 프레시(G Fresh)’에는 더 큰 희망을 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상처와 멍에는 점점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어. 그렇지만 고개들어 용기내서 다가가리 하늘끝까지’

‘공식’은 이들의 뛰어난 랩 구사 기량을 한눈에 보여주는 노래. ‘일(1) 더하기 일은 이(2)’ ‘이 더하기 일은 삼(3)’ 등으로 이어지는 가사를 통해 세계관을 담았다.

‘뽕짝 이야기’는 엉뚱한 일면을 보여주지만 트로트와 힙합을 조화시킨 재치가 돋보인다. 멤버 DJ 샤인(27·본명 임병욱)은 “서민의 애환을 담은 뽕짝이 한국적 힙합”이라고.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에도 정통 힙합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했다. 단순한 리듬의 반복과 시(詩)적 운율을 살린 직설적인 사설(辭說)이 힙합 마니아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1999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로 데뷔했던 이들은 “이제는 힙합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삶의 양식이 됐다”고 말한다.이들은 외국 힙합 마니아들에게 더 유명해 일본 도쿄(25일), 캐나다 토론토(5월 13일)에서 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홍콩 일본 공연에 이어 25일 도쿄, 5월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 공연 등 해외 무대 요청이 밀려오는 이유도 그 덕분이다. “힙합은 세계 젊은이의 공용어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고유의 정서를 세계로 뻗게 하는데 우리 역할도 있을 것 같습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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