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수대교 남단 교차로 앞. U턴 신호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의 끝 부분에 서있던 차량들이 U턴선에 도달하기 전 중앙선을 넘어 반대방향으로 사라진다.
이를 놓칠세라 인도 쪽 아파트 담벼락에서 보상금을 노린 전문고발꾼들이 몰래 숨어 불법U턴하는 차량을 모조리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영등포역 앞에서 사진을 찍다 ‘소문’을 듣고 최근 이 곳으로 자리를 옮긴 한모씨(28)도 그 중 하나. 화단 담벼락에 발을 쳐 카메라를 가린 채 중앙선을 넘는 승용차를 모조리 담고 있었다. 그가 적발하는 위반건수는 하루평균 100여건. 매일 오전 경찰서에서 전날 찍은 사진을 접수시킨 뒤 이 곳으로 와서 오후 5시경까지 셔터를 눌러댄다.
지난해 인형방을 차렸지만 예상외로 부진해 망하다시피 한 그는 100여만원을 들여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해 지난달 말 이 일에 뛰어들었다.
한씨는 비교적 일이 숙달된 데다 이 곳이 ‘목’이 좋아 하루 100여건을 찍는다. 아직까지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아 정확한 수입은 안 나오지만 그동안 대략 400여건을 신고, 120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씨는 “필름값이나 현상비를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100만원에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이 남들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한씨의 설명. “일반필름을 쓰면 안 됩니다. 감도 400 이상의 고감도 필름을 써야 번호판이 선명하게 나오죠. 위치를 잘 고르는 것도 기술이고요.”
하루종일 한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봐야 하는 신체적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한씨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던 신모씨(42)는 “가끔 운전사들이 사진 찍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와서 ‘멀쩡한 사람이 할 짓이 없어 이런 일을 하느냐’며 멱살잡이를 할 때는 착잡한 심정”이라며 “요즘엔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자체 인력만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는 데다 경찰관이 없어도 위반하면 단속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신고보상금제와 전문고발꾼의 ‘활약’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이들의 행위가 시민들간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 고발꾼들과 경찰은 “사실 전문고발꾼들이 아니면 누가 평상시에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위반차량을 찍겠느냐”고 반문한다.
한씨 등은 “사실 우리들도 떳떳하지는 않지만 법규위반을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며 큰소리치는 시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