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마니아에게 한 수 배워요
“온 가족이 좋아하는 치즈 ‘퐁뒤’면 식탁이 풍성해져요”
결혼 11년차인 방송인 오영실씨. 방송에서 보여주는 야무진 모습과는 달리 실제 오씨의 모습은 활달한 목소리로 수다를 즐기는 친근한 주부 그 자체였다. <오영실의 간식나라>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알고 보니 치즈 마니아. 집에서도 즐겨 치즈요리를 만든다는 그만의 특별한 치즈 이야기를 들어본다.
KBS에서 14년 동안 아나운서로 일하다, 4년 전 프리랜서로 독립해 현재 두 프로그램의 진행과 서울예술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오영실씨(35).
그녀는 방송에서 보이는 정돈된 모습과 달리 스스로 화끈한 성격이라고 밝힌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의 성격이 드러날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는 것. 성격만큼이나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다.
“원래부터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에요. 몸에서 원한다 싶으면 바로 그 음식을 찾아 먹지요.”
치즈와의 인연도 그렇다. 음식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던 그녀가 치즈와 친해진 건 이탈리아 등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대학 다닐 때 영국에 6개월 정도 연수를 갔던 적이 있어요. 그때 다양한 유럽 치즈를 많이 먹어봤죠. 구수한 치즈부터 된장냄새 나는 치즈까지…. 유럽 사람들은 치즈와 와인을 우리가 김치와 밥 먹듯이 하더군요.”
그렇게 치즈 맛을 본 그녀는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강석영 교수(이화여대 도예과) 덕분에 치즈의 쫄깃쫄깃한 맛에 빠져들었다. 치즈의 본고장 하면 역시 프랑스. 프랑스에서 살다온 강교수 집에 자주 초대받았던 그녀는 고트 치즈 등 여러 종류의 치즈와 프랑스 와인이 어우러지는 맛의 조화를 잊지 못했다고.
▽유럽인에게 치즈와 와인은 우리의 김치와 밥과 같아
본격적인 치즈 요리 입문은 1996년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 치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들은 두 아들 혁수와 종수, 그리고 남편 남석진씨(삼성의료원 일반외과 박사)가 즐겨 먹는 요리가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즈 요리는 ‘퐁뒤’. 에멘탈 치즈, 폰탈 치즈, 그리에르 치즈 등을 용량을 다르게 섞어 만드는 퐁뒤는 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치즈 요리다. 원래 저장식품인 치즈를 스위스의 산악인들이 딱딱한 치즈를 가지고 등반하다가, 여러 가지 치즈를 섞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통밀빵에 찍어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 처음에 냄비에 넣고 퐁뒤를 요리하던 그녀는 요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퐁뒤 기구를 남대문 시장에 가서 따로 사올 정도로 퐁뒤 마니아가 되었다.
“치즈는 기본적으로 단백질 등 영양가가 높으니까 아이들이 간식으로 먹든, 주식으로 먹든 무조건 안심이 돼요. 우리 아이들이 워낙 치즈를 좋아하고, 특히 퐁뒤를 좋아하기 때문에 퐁뒤를 만들 때는 오이, 당근, 감자, 호박도 함께 넣어서 야채와 함께 섭취할 수 있게 합니다.”
요리에는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치즈도 마찬가지. 쉽게 구하기 쉬운 가공치즈 대신 유럽의 자연숙성치즈를 사기 위해 남대문 시장에서 방배동, 이태원까지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치즈 퐁뒤 말고 그가 자신있게 내놓는 치즈 요리는 카나페. 보통 크래커를 쓰지만, 오씨는 얇게 저민 사과 위에 체다 치즈를 얹어 내놓는다. 맛이 상큼해서 남편의 술안주로 그만이라고.
그 외에도 아이들에게는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김치볶음밥이나 해물볶음밥을 자주 만들어준다. 모짜렐라 치즈를 다져서 볶음밥 위에 올려놓고,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라자니아처럼 색다른 김치볶음밥이나 해물볶음밥이 된다.
“사람들이 저보고 ‘나중에 요리사 할거냐’고 농담삼아 묻더군요. 아무리 바빠도 엄마가 정성을 다해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해주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의 정성이 깃든 요리는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인 동시에, 가족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니까요.”
이렇게 각별한 그의 요리사랑은 <오영실의 간식나라>라는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오씨는 평소 맛깔스런 손맛을 자랑했던 친정 엄마를 닮은 것 같다고 겸손해하지만, 무엇이든 일단 배우면 열성적으로 빠져드는 것은 천성인 것 같다고.
‘방송인 오영실’보다 ‘음식 잘 만드는 엄마’로 아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그녀에게서 치즈의 은근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왔다.
◇ 인터넷에서 찾아낸 치즈 마니아
▽국내 처음으로 치즈 전문 사이트 만든 주부 이영미 “치즈에 반해 치즈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지난해 4월 우리 나라 최초로 치즈 전문 사이트(http://www.ncheese. com)를 남편 신상원씨(40)와 함께 오픈한 이영미씨(34).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이씨는 치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치즈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진정한 치즈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이영미씨를 만나보았다.
─ 치즈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라도 있었나요?
치즈를 초등학교 때 처음 먹어봤는데 비누처럼 느껴지더군요. 가공치즈에 대해서는 별 맛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남편과 결혼 후, 프랑스에 가서 3년 정도 살았어요. 저와 달리 남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도시락에 계란 얹듯이 치즈를 매일매일 얹어서 먹을 정도로 치즈를 좋아했대요. 그런 남편이 치즈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갔으니 얼마나 좋아했겠어요? 남편 따라 4백가지가 넘는 치즈를 맛보러 다니고, 치즈 만드는 마을도 견학하면서 저도 모르게 치즈의 맛에 푹 빠져버리게 됐지요.
─ 치즈는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 어떤 치즈가 가장 좋은가요?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치즈도 제철음식이 좋아요. 유럽에서 가장 최상급으로 인정하는 치즈는 4월에서 5월에 나오는 치즈예요. 파릇파릇 돋아나는 풀을 먹고 자란 소나 염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를 제일 고급으로 여긴다고 하더군요. 그 치즈의 맛에 빠진 사람은 그때를 일부러 기다렸다 치즈를 살 정도라고 하더군요. 저도 프랑스에 갈 때는 일정을 조절해서 4, 5월에 맞춰 가서 치즈를 구입해오곤 해요.
─ 지금까지 먹어본 치즈 중에 가장 맛있는 치즈가 있다면?
역시 프랑스 치즈인데, ‘신들의 질투(Caprice des dieux)’라는 소프트 치즈가 있어요. 그 맛이 참 고소한데, 대량생산을 못하는 제품이라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 치즈 맛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치즈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이 있나요?
사실 된장이나 간장도 냄새는 별로잖아요. 치즈도 마찬가지예요. 프랑스에서도 구하기 힘들고, 가격이 비싼 치즈 중에 문스터 치즈라고 있는데, 그 치즈는 거의 발냄새 같은 악취가 나요. 처음 먹는 사람은 역겹죠. 그러나 자주 먹다 보면 그 맛에도 익숙해진답니다. 마치 청국장처럼요.
그래도 먹기가 괴롭다면 와인하고 함께 드세요. 저희 부부도 워낙 와인을 즐기는데,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안주가 치즈잖아요. 와인을 한모금 마신 후 먹는 치즈는 꼬릿꼬릿한 맛조차도 굉장히 입맛을 당기게 하거든요.
게다가 치즈는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정말 좋은 영양식품이거든요. 단백질, 칼슘, 비타민D 등 치즈는 그 자체가 영양소 덩어리죠. 우리가 국에 파를 넣는 것처럼, 수프를 끓일 때 치즈를 넣으면 깊으면서도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빵이나 과일과 함께 먹어도 아주 맛있답니다.
─ 치즈사이트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치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치즈에 대해 좀더 많이 알고 싶었지요. 프랑스나 미국만 해도 치즈 전문 사이트가 수십가지나 되는데, 막상 홈페이지를 만들려보니까 우리나라에는 치즈 전문 사이트가 하나도 없더군요. 남편이 프랑스에 직접 가서 사진도 찍어오고, 여러 나라 치즈 사이트의 정보도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 치즈사이트를 만든 후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너무나 많은 치즈 마니아들과 만나게 되었죠. ‘우리 나라에서 우리말로 된 사이트를 만나서 좋다’ ‘이렇게 치즈종류가 많은지 미처 몰랐다’ ‘치즈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등 열띤 반응들에 놀랄 정도였어요.
작년 6월에는 프랑스문화원의 협조를 얻어서 ‘치즈 시식회’를 열고 약 35종류의 치즈를 내놓았는데, 부산에서 치즈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신 분도 있을 정도였답니다.
─ 앞으로 치즈 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다른 계획들이 있다면?
음식은 함께 나눠 먹어야 제 맛이 나잖아요. 마찬가지로 저희 부부가 치즈를 좋아하니까, 치즈동호인끼리 우리만의 ‘치즈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반응이 좋았던 치즈 시식회를 올해도 한두 번 더 할 생각이에요. 특히 최상으로 치는 프랑스 4, 5월 치즈를 구해서 맛을 보여주고 싶어요. 치즈를 통해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치즈와 관련된 정보도 교환하는 치즈동호회도 한번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성동아 200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