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 살아있어요＂…씨눈 살린 전통쌀 생산·보급

백기범 사장(왼쪽)과 탁상송씨

“살아 숨쉬는 쌀을 먹어야죠!” 뽀얗게 도정된 백미가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는 속설 때문에 백미에 밀려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전통의 배아미(胚芽米)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배아미는 이른바 ‘씨눈 쌀’로 씨눈이 그대로 붙어있는 쌀을 말한다.

배아미를 다시 살려낸 주인공은 이 쌀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한 탁창송씨(70)와 생산 및 보급에 나선 ㈜얼텍의 백기범 사장(60). 쌀의 씨눈에는 비타민 B E와 GABA(감마 아미노 락산)라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체내 지방의 산화를 막고 신장활동을 활발하게 해준다. 얼텍은 씨눈이 잘 자라고 다른 지역 쌀보다 밥맛이 좋은 경기 송포와 김포, 강원 철원 등지에서 생산된 추청벼와 오대미로 씨눈 쌀을 만들고 있다.

이들 쌀을 10분도에 가깝게 도정하면서 씨눈은 그대로 살아있는 배아미를 만든다. 즉 색과 맛은 백미에 가깝고 영양은 현미와 같은, 양쪽의 장점을 모두 살린 쌀이 씨눈 쌀이다. 씨눈을 살리며 도정하는 기술은 탁씨가 개발해 현재 특허출원중이다.

씨눈 쌀로 밥을 지을 때는 각별한 정성이 필요하다. 쌀을 씻을 때는 눈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볍게 1∼2회 씻어야 하고, 마지막 씻은 물로 최소 2시간 정도 담가둔 뒤 밥을 안쳐야 씨눈의 생명력이 왕성해져 제 맛을 낸다.

백씨는 “단지 맛좋은 쌀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좋은 고래실에서 전통의 종자로 자란 쌀을 통해 전통의 미작(米作) 문화를 재창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의 031―9969―8970, www.altechkorea.com

<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