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고 1년생 N군(15)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N군은 생명공학자가 되는 게 꿈. N군은 어릴 때부터 복잡한 물건을 조립하거나 만들기를 좋아했고 수학을 잘했다. 하지만 국어 과학 음악 체육 영어 미술 등 자신이 하기 싫은 공부는 엄마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전혀 하지 않았다.
특기, 적성교육이 강조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아이가 잘하는 것 한가지를 키워주고 싶다고 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많다. 반면에 한가지만 잘하고 다른 분야는 소홀히 하는 자녀들 때문에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있다.
어느 한가지를 잘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 한가지로 인해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악이나 체육의 일부 종목 등을 제외하고는 어릴 때부터 어떤 한 분야로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직업에서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초소양을 충분히 길러두면 나중에 좀 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다. 폭넓은 독서와 여행, 부모와의 대화 등을 통해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관리능력, 자원활용능력, 대인관계능력, 기초학습능력 등과 같은 직업의 기초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사회가 복잡해지다보니 분야간 교류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기계에 관한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은 한 유능한 기계공학자가 청소년들에게 사물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가질 것을 충고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특기자를 선발할 때 기초학력을 살피는 이유도 다양한 분야의 관심이나 학습이 한 분야의 지식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말 생명공학자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을 때 주저함 없이 “예”라고 대답하는 N군에게 생명공학자가 쓴 수필집을 읽어오라는 과제를 주었다. 일주일 뒤 N군이 가지고 온 경험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가 분명히 느낀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기 싫은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N군은 기꺼이 부족한 국어 영어 과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계획을 세웠고, 집중력을 기르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생명공학자가 되기 위해 기초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은혜경(한국직업능력개발원 상담원)eunhk@kriv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