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2001 교향악축제를 보고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41분


이제야 교향악 축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교향악축제는 교향악단이 청중보다 우선인 듯 싶었고, 또 교향악단보다는 협연자가 더 중요하게 대접받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말이 축제였지 마치 무슨 경연대회나 펼치는 것처럼 긴장하고 딱딱한 모습들이었다.

물론 이 행사 덕에 여러 지역에서 오케스트라들이 새로 창단됐고, 서로들 뒤질새라 열심히들 하는 바람에 지역 오케스트라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내세우기에는 교향악 축제의 무게가 간단치가 않았고 그 때문에 주최측인 예술의 전당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11개 오케스트라를 내세운 2001년 교향악 축제는 예술의 전당이 안고 있는 고민들 가운데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무대였고 그 의지는 기대 이상의 결실을 맺었다.

그 한가지란 바로 청중들이 친근한 레퍼토리를 기대했고, 널리 이름이 알려진 협연자들을 만나고 싶어했다는 점이다. 이번 교향악 축제는 청중들의 그런 바램을 저버리지 않았고 그것이 결국 어느 해보다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요인이 됐다.

<친숙한 레퍼토리로 대중속에 자리매김>

4월 2일, 개막연주를 맡은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고 다음날 무대에 나선 코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라 작은 실수도 부담이 될 터였지만 지휘를 맡은 카를로 팔레스키는 분명하고 자신 있는 해석과 동작으로 객석을 온통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번 교향악 축제는 유난히도 협연자들의 면면과 활약이 두드러졌다. 신예에서부터 중, 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악기들이 고루 안배되어 있었고 한결같이 뛰어난 실력들을 발휘했다.

KBS 교향악단과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1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종훈, 청주 시향과 엘가의 협주곡을 협연한 첼리스트 김정현은 신예이면서 중견들을 위협하는 기량을 펼쳤다. 수원시향과 라흐마니노프 2번을 협연한 김대진, 강남 심포니와 생상의 협주곡 2번을 협연한 이혜전은 흠 하나 잡을 데 없는 야무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마산, 목포 연합교향악단과 모차르트의 혼 협주곡 3번을 협연한 김영률의 완숙한 연주가 인상적이었고 역시 같은 악단과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의 연주는 힘과 테크닉, 어느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울산시향과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과 비올리니스트 박현신은 서로를 배려하고 감싸는 따뜻한 음악으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홍 승 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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