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인 경남 진주시의 경상대 박충생(朴忠生)총장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올 1월10일까지 한달 가까이를 대학본관 3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2층의 대학원장실에서 대학원장과 함께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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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툭하면 대학총장실이 점거된다. 대학의 최고 어른 격인 총장의 집무실이 학생들에 의한 점거와 농성, 그리고 투쟁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 것일까.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총장실 점거〓덕성여대 총학생회측은 “등록금 인상이나 교수 재임용과 관련, 학교측이 제대로 대화에 응하지 않아 결국 총장실을 점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경상대의 경우 지난해 11월 9일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맞붙은 총학생회장 선거와 관련,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학교측이 공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비운동권측을 편드는 인상을 주었다며 운동권측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했었다. 결국 학교측이 ‘등록금 동결 투쟁’ 등도 함께 벌인 운동권측 농성 가담학생 20여명을 징계하면서 총장실 점거농성은 일단락됐다.
11일엔 숭실대 어윤배(魚允培) 총장이 퇴진을 요구하는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노조관계자 등 600여명에게 퇴근을 저지 당해 14시간 동안 학교 내에 감금되기도 했다.
지난달 학생들이 총장실 집기를 모두 들어내 교내 한경직기념관 2층 임시사무실로 출근해온 어 총장은 이날 퇴근하려다 “퇴진을 약속할 때까지는 보내줄 수 없다”는 학생들에 의해 저지 당했다.
이 대학은 학교측이 16일 김홍진 교수협의회 회장과 김용수 총학생회장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했고 학생측은 이날부터 총장해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등록금 인상 문제를 놓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단국대와 아주대는 새학기가 시작된 지 50여일이 지난 지금도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학생들에 의해 총장실이 점거된 상태다. 경북대와 대전대의 경우도 각각 ‘등록금 5% 인상분 환불’ ‘등록금 12% 인상 철회’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로 인해 지난달 10여일간 총장실이 점거되는 홍역을 치렀다.
▽왜 과격해지나〓학생들은 사학분규의 원인이 일차적으로 재단의 부실 경영과 파행적인 학교 운영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분규가 난 뒤엔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보다 대화 기피 등으로 일관하고 있는 재단의 자세가 자신들의 과격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숭실대 김용수 총학생회장(25·산업공학과 4년)은 “학생들의 지적이 옳지 않다면 자세한 근거자료를 내놓아야 하고 학생들이 옳다면 성실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폐쇄적인 학교 운영이 바로 학생들을 강경으로 모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총학생회측과 일부 학생운동권이 학생들을 결속하고 스스로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내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측은 학생들과의 정상적인 대화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덕성여대 권 총장직무대리는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는 순수해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이 정치적 행동방식에 젖어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적 협상에 나서기 전 사회적 틀과 도덕적 룰을 먼저 생각하는 학생의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