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은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싶어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대학입시 학력검사(SATⅠ)에서 만점을 받고 미국 유명 대학의 입학허가서를 줄줄이 받은 이미영양(19·대원외고 불어과 졸업·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결코 한국이 싫어서 도피하듯이 유학을 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
▽ SAT란?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성격으로 SATⅠ은 언어영역(Verbal)과 수리영역(Math)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부문 800점 만점으로 총 1600점이다. 각 대학의 합격점은 하버드대 1400∼1580점, 예일대 1360∼1540점, 스탠퍼드대 1360∼1540점 등이다.
SATⅡ는 작문 외국어 역사 수학 과학 등 5개 분야 16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하버드대나 예일대는 3개 과목, 스탠퍼드대는 영어 작문 외에 2개 과목을 요구하는 등 많은 명문대들이 SATⅠ 외에 3과목 정도의 SATⅡ 성적을 요구한다. 한국 학생들은 대개 영어작문과 수학 Ⅰ,Ⅱ를 선택한다.
▽이미영양-컬럼비아 등 6개 명문대학 입학허기 받아,국제변호사 꿈 …"세상보는 안목 키우고 싶어"
올 2월 고교를 졸업한 이양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조지타운대 등 미국의 명문 8개대에 응시, 합격자를 발표한 6개 대학에서 모두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이 가운데 시카고대 웨슬리안대 웰즐리여대 등 3곳에서 연간 3만2000∼3만9000달러의 전액 장학금을 약속했다. 웰즐리여대는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이 나온 곳으로 유명한 학교.
“아직 학교를 정하진 못했어요. 대학을 마친 뒤 법학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인데 학부는 대학원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국제 관계나 정치 분야 같은 거요.”
이양의 꿈은 국제적인 변호사.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인 법을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고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양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양의 표현대로 ‘새로운 세상’을 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때. 재정경제부 공무원인 아버지 이명훈씨(재경부 국가채무담당관)를 따라 미국 테네시주에서 1년반 동안 학교를 다니며 ‘한국에서만 살았더라면 당연하게 여겼을 여러 가지 사안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미국 사회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개별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법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사실이에요. 한국은 서양인의 합리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게 장점입니다. 붉은 악마들처럼 한가지 목적을 향해 사람들이 똘똘 뭉쳐 달려가는 힘이지요. 교육열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양은 귀국한 뒤에도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름방학이면 영어책 20권 가량을 읽었고 외국 영화를 볼 때도 온 가족이 흰 종이로 텔레비전의 자막을 가리고 봤다. 고교생이 되면서 뉴스위크지를 꾸준히 구독했다.
이 때문에 이양의 영어 실력은 원어민 교사로부터 ‘더 가르칠 것이 없는 수준’으로 인정받았고 미국인도 힘든 SATⅠ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영어만 잘한다고 미국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양은 SATⅠ의 수리영역과 SATⅡ의 물리와 수학Ⅰ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또 ‘300쪽짜리 자서전을 썼다고 가정하고 그중 217쪽 쓰기’ ‘○○을 주제로 3쪽짜리 희곡 쓰기’ 등 난해한 에세이 시험도 너끈히 통과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질문을 하면 답을 해주지 않으셨어요. 백과사전도 사주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저 혼자 여러 책을 들춰보며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해야 했는데 이런 습관이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이양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 방학 때 수학 단과학원을 다닌 것을 빼곤 과외도 받지 않았다. “정말 과외를 한 적이 없다”고 재차 다짐하듯 말한 이양은 고교 2학년때 입시기관이 시행한 모의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적이 있다. 아예 미국 대학에 갈 생각이어서 ‘진짜’ 수능시험은 치른 적이 없다.
◇대원외고 해외유학반
▽자율학습시간 활용 토플-SAT 등 준비
대원외고에는 이미영양 외에도 좋은 성적으로 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교내 해외유학반(SAP·Study Abroad Program)에서 입시 준비를 했다. 대원외고는 98년부터 SAP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의 첫 수료생 9명 전원이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등 미국 유명 대학에 진학해 화제가 됐다.
올해는 홍인기군(19)이 펜실베이니아대 등 6개 대학에, 이호민군(19)이 브라운대 등 7개 대학에 합격하는 등 13명 전원이 미국 명문대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이양처럼 만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SAT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SAP 프로그램 참가자는 영어 성적이 좋고 미국 대학 진학시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현재 1학년 82명, 2학년 44명, 3학년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 생활 경험이 없는 ‘토종’이다.
1학년과 2학년은 매주 10시간, 3학년은 7시간씩 자율학습시간 등을 이용해 토플 SAT 등 입시 준비를 한다. 지도교사는 원어민 교사 3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SAT 응시 원서 접수와 스포츠 봉사활동 등 입시에 필요한 특별활동 경력, 각 대학 입학절차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원외고 올 졸업생의 미국 대학별 합격자 수
대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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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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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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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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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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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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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스대 일리노이대 시러큐스대 보스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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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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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듀크대 시카고대 암허스트대 보스턴대 조지워싱턴대 퍼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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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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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머스대 존스홉킨스대 에모리대 조지타운대 조지아테크대 워싱턴대 웨슬리안대 버지니아대 노트르담대 웰즐리여대 템플대 펜스테이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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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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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