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자보의 제목이다.
사범대 물리교육과 대학원생들은 이 대자보를 통해 정년을 1년 앞둔 노교수 혼자 학부생과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157명의 학생을 지도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서울대의 교수 1인당 평균학생 수는 21.5명이어서 물리교육과의 교육 여건은 약 8배나 나쁜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난해 2월 원래 5명의 교수 가운데 3명이 ‘두뇌한국(BK21)사업’ 때문에 자연대 물리학부로 이적하고 한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올해 초 해외로 나갔다.
홀로 남은 박승재(朴承載·65)교수는 7과목을 강의하면서 학과장을 맡아 행정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시간강사 12명이 13과목의 강의를, 물리학부로 이적한 교수 가운데 2명이 5과목의 강의를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대 교수들이 학기당 2과목을 강의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을 앞둔 노교수에게는 무리한 ‘강행군’이다. 잇따른 강의와 격무에 시달리던 박교수는 몸이 불편해 17일 출근하지 못했다.
물리교육과 대학원 황성원씨는 “대학원생들이 논문을 심사해줄 교수가 없어 심사위원을 직접 찾아야 할 상황”이라며 “당장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초중고교 과학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교수는 최근 이기준(李基俊)서울대 총장에게 2차례 편지를 보내 “올해 물리교육에 관한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중요한 시점인데다 국제적인 신뢰 추락과 강의 지도 연구 봉사는 물론 학생들의 불평과 졸업생의 원망 등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이 같은 사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대 본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BK21사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모두 사업단으로 이적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적한 교수들이 학부 강의도 맡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어도 교육부는 중등교원의 과잉 공급 등을 우려해 교수 증원에 대해 부정적이다. 서울대 본부도 합리적인 조정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강 건너 불 구경’을 하는 꼴이다.
서울대 유우익(柳佑益)교무처장은 “교육부에 정원 증원 신청을 하는 한편 사범대 학과간 교수정원 조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