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담배 피는 罪?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34분


“담배 한 대만 피우겠습니다.”

“예. 맛있게 한 대 피우시면서 스트레스를 확 푸십시오.”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택시를 잡은 회사원 이모씨(34). 업무차 거래처를 방문했다가 일이 잘 안 풀리자 습관적으로 담배 한 대를 꺼내면서 택시운전사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실내가 너무 깨끗한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택시 안에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 흔쾌히 ‘허락’하면서 창문을 살짝 내려 주는 배려를 했다. 이씨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는 새 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었다. 서울 반포대교를 지나는데 택시운전사가 갑자기 담뱃갑을 건넸다.

“담배꽁초는 여기에 넣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니, 담배를 피우십니까?”

“예, 저도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우는데 꽁초는 꼭 여기에 넣습니다. 그래야 차안에 냄새가 안배거든요. 냄새를 싫어하는 손님이 많으셔서….”

빈 담뱃갑에 든 20여개의 꽁초를 본 이씨는 갑자기 큰 죄를 지은 느낌이 들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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