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대 교수 "서울대 간판 없애자"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서울대와 지방 주요 국립대를 통합해 교육하면 ‘서울대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대학의 서열화를 깨고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며 오히려 대학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취지와 아이디어를 살려 현실적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볼 만한 제안이다.”

30여 년 간 서울대에 재직해 온 자연대 물리학부 장회익(張會翼·63·사진)교수가 최근 ‘대학 서열화’를 비판하며 서울대 개혁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서 교수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장 교수 제안의 골자는 △서울대는 학사과정 입학생을 뽑지 않고 △서울대 입학정원을 다른 국립대에 나눠 배정하고 △서울대는 기존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다른 국립대 학부과정 입학생을 ‘위탁 교육’하자는 것.

장 교수는 모든 국립대가 연합해 신입생을 선발하거나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가 각자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는 학부과정은 있지만 서울대 ‘간판’을 지닌 졸업생을 배출할 수 없게된다.

장 교수는 이 같은 소신을 담은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서울대 교수들에게 보내 의견을 묻는 한편 교수협의회와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극단적 혼란과 위기’로 규정한 장 교수는 서열화를 막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대대적 지원 아래 서울대를 포함한 주요 국립대의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 제안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신뢰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국민총생산(GNP)의 1%를 투자하는 ‘교육정상화특별법’을 제정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연합국립대에 학생을 보낼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의 편지를 받아본 상당수 서울대 교수들은 “교육 현실에 대해 숱하게 고심한 선배 교수가 순수하게 개혁안을 제안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 개혁론으로 △학부과정 폐지 및 대학원 대학으로 전환 △국가가 보호 육성해야 할 기초 학문에 관한 학부과정만 존속 △서울대 폐지론 △연합국립대론 등이 제기된 적이 있다. 장 교수의 제안은 ‘위탁 교육’을 거론한 점이 특징이다.

일부 교수들은 ‘학벌중시’라는 사회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서울대가 사라지더라도 ‘제2의 서울대’가 등장할 것이 분명해 서울대 개혁론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 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위기의 한국, 위기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주최 교수신문)에서 이 같은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