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비도 '고비용 거품'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9분


◇혼수비-"부끄럽지 않게","일생에 한번뿐"

▽메이크업 …야외촬영 …움직일때 마다 '돈붓기'

관련업체 유혹도 작용

청첩장이 하나 둘씩 날아오는 걸 보며 바야흐로 ‘결혼 시즌’임을 실감한다. ‘돈 얘기’는 삼가는 게 보통이지만 한번씩 힘겹게 혼례를 치러 낸 집안들은 “돈 들어갈 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올 1월 결혼한 직장인 강모씨(32)는 “경사’라는 이유로 생각 없이 돈을 썼지만 최소 1000만원 정도는 허례로 지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야외사진촬영 때 소품을 들고 다녀 준 도우미에게 10만원을 준 것에서부터, 양이 많아 대부분 맛만 보고 버렸던 ‘이바지 음식’, 함 들어올 때와 결혼식 후 피로연 때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친구들에게 접대비조로 지출했던 비용(약 200만원)도 아쉽기만 하다. 특히 신랑과 신부측이 ‘이바지 음식’을 서로 따로 준비하는 요즘 추세에 맞추다 보니 양가를 합쳐 200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본래의 취지에 맞춰 식구들끼리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단지 “음식을 전부 유명 요리사에게 얼마에 맞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에 불과했던 것이다.

‘메이크업’으로 날아간 돈만 350만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L미용실을 이용했는데, “화장이 잘 먹으려면 마사지를 잘 받아야 한다”는 얘기에 신부는 1회 10만원짜리 피부마사지를 받았다. 그것도 10만원씩 7번이 한세트라 1, 2회만 하고 그만둘 수 없었다. 야외촬영과 결혼식 당일에는 각각 70만원짜리 메이크업을 해야 했고 가족들의 머리 손질 메이크업비도 만만치 않았다. 신랑 신부 한복(150만원), 잠옷(30만원), 잘 사용하지 않는 식기세척기(70만원)도 아까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강씨의 사례처럼 이미 결혼한 부부들은 혼수용으로 나온 ‘패키지 상품’에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월차’를 내 찍은 야외촬영 앨범 2권도 ‘수장용’에 불과하다. 시계 반지를 제외한 예물도 실제 이용 빈도가 지극히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결혼한 최모씨(30·대학강사)는 “어떤 걸로 할까 망설이다가도 ‘일생에 한번 뿐’이라며 접근하는 결혼상품업체들의 상술에 번번이 고급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놨다. 덕분에 신혼여행도 바다 위에 침실이 있는 몰디브섬의 해상 호텔로 다녀왔지만 비싼 만큼 부부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졌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다.

숙명여대 김명자 교수(가족자원경영학)는 “우리나라에서 ‘혼인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양쪽 집안’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양가의 ‘기죽지 않으려는 심리’와 ‘결혼상업주의’가 맞물려 혼수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 분석하면서 “젊은이들이 합심해 ‘구조조정’을 단행, 철저하게 ‘실제 신혼생활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산층 결혼비용 조사-신랑 5390만원, 신부 2455만원

‘중산층’의 결혼비용은 얼마쯤 될까.

최근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해 결혼한 559쌍(서울 경기 444쌍 지방 115쌍)을 대상으로 결혼비용을 조사한 결과 신랑은 5390만원, 신부는 2455만원 정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은 31.1세의 회사원으로 연소득 2604만원, 신부는 평균 28.2세로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57.9%)의 경우 평균 연소득은 1748만원 정도였다. 집안의 도움이 없다고 가정하면 남자의 경우 한달에 60만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어도 이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7년여의 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약혼식은 10쌍 중 1쌍(11.9%), 함들이 행사는 절반(49.6%) 정도가 계속 이행, 점점 사라져 가는 의식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예물은 아직도 95.8%, 예단은 87.5%가 주고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식비용에서 거품이 많은 항목’으로 예단(31.8%) 결혼식비(13.2%) 예물(11.6%)이 상위랭킹에 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 결혼식 하객 수는 평균 434명, 1인당 평균 3만8600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낸다. 신혼여행지는 제주도(31.2%) 태국(11.2%) 괌(6.7%)의 순.

전체 결혼비용 중 59%인 4629만원을 차지하는 신혼집은 자가나 월세에 비해 전세(57.2%)가 많았으며 소유형태와 관계없이 24.7평형대의 아파트(63.9%)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수’로 통칭되는 살림살이 비용은 신부가 대부분(88.6%) 부담하며 1098만원 정도가 들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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