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풍차 튤립 운하… '북해의 동화나라 네덜란드'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53분


바다 수면보다 낮아 늘 바다를 두려워 했지만 결국은 바다를 막아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에서 5대양으로 상선을 띄워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네덜란드. ‘물의 도시’라는 베네치아보다 더 긴 수로가 구 시가를 거미줄처럼 잇는 ‘물의 땅’. 렘브란트와 빈센트 반 고흐라는 미술의 거장을 낳은 곳. 더치 페이(Dutch Pay)와 팬케이크, 튤립과 하이네켄(맥주)의 고향. 그리고 일제의 강제침탈을 고발하려던 이준 열사가 분사한 곳. 북해를 둑으로 막아 수평선 아래에 놓인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과 헤이그로 안내한다.

◇모터에 밀려난 풍차 '민속촌' 유물로 고흐 렘브란트 거장의 숨결 곳곳에◇

고흐가 권총자살(1890년)한 곳은 파리 근교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라는 마을의 한 하숙집 3층 골방. 지금은 고흐기념관이 된 이 집에 가본 여행자 중 상당수는 그가 더치(네덜란드인)라는 사실에 내심 놀란다.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반 고흐 미술관을 보고는 ‘네덜란드에 웬 고흐’라며 당혹해 한다. 인상파 화풍의 발상지가 파리다 보니 인상파 대가인 고흐 역시 프랑스인쯤으로 여겨온 탓이다.

동백 매화 산수유로 이어진 남녘땅 꽃소식 속에서도 눈발 뿌리던 봄 같지 않았던 올 춘삼월 한국의 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올 봄도 겨울 문턱에 얹혀 앉은 어쭙잖은 봄날씨로 으스스했다. 눈발에 찬바람까지…. 수시로 변하는 변덕스러운 암스테르담 날씨지만 올 봄은 그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네덜란드. 그 이름 자체가 ‘해수면보다 낮은 땅’을 일컫는 이 곳.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가 전 국토의 4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북해를 막아 침수를 면하게 해준 댐 덕분이다. 그 댐은 2개. 장장 33㎞나 되는 외곽댐과 그 안쪽의 내부댐(30㎞)이 차례로 수위를 낮춰 침수를 막고 있다. 우리의 40대에게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팔뚝으로 둑에 난 구멍을 막아 수몰을 막았다는 용감한 소년의 이야기로 기억되는 이 나라. 그러나 정작 네덜란드에서는 잘 모르는 이야기다. 바다를 막아 어렵사리 건진 땅이다 보니 바다는 가장 무서운 존재. 그래서 수해는 연중행사였고 덕분에 바람을 이용해 물을 퍼내는 풍차가 발달했다.

◇잔즈 스칸스 풍차마을◇ 풍차는 네덜란드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풍차 한 대의 일 효율이 요즘의 전기모터에 비교하면 30분치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탓. 보존용으로 800여기가 남았을 뿐이다. 잔즈 스칸스는 그 풍차가 잘 보존된 관광마을.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해수면보다 203㎝나 낮은 저지대다. 렘브란트가 살았던 1600년대 당시에는 풍차를 이용한 자동톱 개발에 힘입어 제재업이 번성했던 세계 최초의 산업기지였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고풍스러운 대형 목재하우스와 풍차가 눈길을 끈다. 여행자가 상상해온 네덜란드의 목가적인 풍경 그대로다. 해수면 이하의 저지대를 개발한 역사와 풍차에 관한 자료가 전시된 나무하우스는 17∼19세기 당시의 공장건물. 정부의 보존계획에 따라 원형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마을 안 나무집은 치즈 공장, 다양한 치즈를 맛본 뒤 살 수 있는 상점, 클록(전통 나막신) 작업장, 델프트(네덜란드산 명품 도자기) 상점으로 꾸며져 있다. 풍차마을 입장은 무료.

◇폴렌담◇ 잔즈 스칸스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바닷가에 있는 전통마을. 북해 수위를 2m나 낮춘 댐은 보이지 않고 대신 댐으로 조성된 지구 최대의 ‘갇힌 바다’ 아이젤메어가 여행자를 맞는다. 바다의 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둑가에는 주택이 늘어서 있고 그 뒤편에는 장난감처럼 예쁘고 아담한 옛 건물이 빽빽한 고풍스러운 마을이 있다.

◇헤이그◇ 암스테르담이 경제의 수도라면 헤이그는 행정의 수도. 베아트릭스 여왕 왕가의 거처도, 국회도 여기에 있다. ‘평화의 궁전’(Peace Pal―ace)라 불리는 국제사법재판소, 고종황제의 밀사였던 이준 열사의 추념비와 기념관도 있다. 위치는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57㎞. 멋진 북해 슈브닝겐해안을 끼고 있다. ▽파노라마 메스닥〓화가 메스닥(1831∼1915)이 1881년 슈브닝겐 해변 풍경을 그린 360도 원형그림(높이 14m, 길이 120m)을 원두막 형태의 원형공간에서 감상하도록 꾸민 독특한 형태의 미술관이다. 작가는 관람객이 실제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그림과 감상대를 설치했다. 이같은 ‘환각적 설치회화’는 회화와 감상구조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 ▽이준열사 유적〓1907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특명을 받고 당시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헤이그에 파견된 밀사는 을사보호조약이 우리 뜻이 아님을 고발하려 했으나 일제의 방해로 실패하자 7월 14일 분사, 순국했다. 시내에는 이준 평화박물관(열사의 분사현장)과 추념비(56년간 안치된 유해가 1963년 환국된 후 남은 공동묘지의 묘터)가 있다. ▽마두로담(www.madurodam.nl)〓네덜란드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전형적인 거리 및 풍경을 실제 모습의 25분의 1로 축소시켜 조성한 미니어처 시티(소인국). 스키폴공항부터 암스테르담의 수많은 운하와 다리, 운하를 끼고 들어선 17세기의 고풍스러운 캐널하우스, 암스테르담 중심 담광장의 왕궁, 알크마르의 전통치즈 시장,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등이 보인다. 축소모형 건축물 사이로 걷는 사람들 모습은 소인국의 걸리버를 연상케 한다.

◇암스테르담◇ 다양함으로 상징되는 국제도시. 전세계 150개국에서 온 70만명이 산다. 40만대나 되는 자전거로 분주한 길가에는 60만송이 튤립과 히아신스가 핀다. 165개의 운하 위로 1300개 다리가 놓였고 수상가옥만 2500채가 있다. 16∼18세기 건축물도 7000채나 남아 있다. 섹스박물관부터 반 고흐 미술관까지 박물관도 40여개. 렘브란트의 걸작이 22점이나 보관된 도시다. ▽미술관〓명암법의 대가 렘브란트의 걸작 중 가장 유명한 ‘야간 순찰’(Night Watch)은 국립 레이크스미술관에 상설 전시중. 반 고흐 미술관은 고흐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 유럽의 섹스문화를 조명하는 섹스뮤지엄도 볼거리다. ▽운하크루즈〓암스테르담의 구 시가를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폭좁은 운하를 날씬한 크루즈선으로 여행한다.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구석구석 살펴 볼 수 있다. 1시간 반 소요. ▽팬케이크 베이커리(현지전화 020―625―1333)〓네덜란드의 특미인 팬케이크만 전문으로 파는 오래된 식당. 50여가지 다양한 팬케이크와 드링크, 수프가 있다.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좌석공간 늘려 안락한 여행, 기내식은 출발지 별미메뉴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은 ‘공항터미널의 교과서’라 불린다. 항공사는 물론 승객을 위한 시설과 운영이 완벽해 이용면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공항의 중심 항공사가 바로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네덜란드항공(로열 더치 에어라인). 현재 NWA(노스웨스트항공·미국)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상당수 노선을 공동운항(서울/암스테르담 노선은 KLM 독자운항)중이다.

최근 KLM/NWA는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한 단계 높인 ‘월드 비즈니스 클래스’를 개발, 전 기종에 도입했다. 좌석의 다리 뻗을 공간이 이전에 비해 50% 늘고 좌석 등받이 각도는 150도까지 커졌다. 푹신한 정도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허리 및 머리 받침대, 간편하게 방향을 조작하는 개인독서등, 편안한 헤드폰과 12채널의 개인 비디오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기내식은 어디서나 출발지의 향취와 미각이 담긴 메뉴를 포함시켰다.

KLM은 서울∼암스테르담(직항편)을 주 5회 왕복운항(서울출발 월 수 금 토 일)한다. 예약 및 문의는 02―733―7878, www.klm.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