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화여대 미대 입시 "진달래꽃을 그리시오"

  • 입력 2001년 4월 20일 18시 53분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올해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정시모집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소월(素月)의 시 ‘진달래꽃’을 ‘그리라’는 식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대 조형예술대는 2002학년도 정시모집부터 수험생의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해 ‘사물 묘사’에 한정됐던 실기시험을 ‘대상과 주제에 의한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실기시험 출제범위는 석고상을 제외한 모든 사물과 학교측이 제시하는 ‘지문’.

수험생들은 과일 꽃병 주전자 오징어 등 사물 외에 주제어나 긴 문장으로 된 지문을 받고 지문을 읽으면서 떠오른 이미지를 상상해 사물을 표현해야 한다.

지문은 ‘인생’ ‘여름’ 등과 같은 단어일 수도 있다. 시 수필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노래구절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전환은 과외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것. 시험에 나올 만한 사물을 학원에서 반복적으로 그려본 수험생들이 ‘암기’한 대로 그림을 그리면 상상력이나 창의성 등을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

조정현(曺正鉉)학장은 “왼쪽에서 조명을 비추고 석고상의 옆모습을 그리라는 문제를 내도 일부 학생들은 오른쪽에서 조명이 비치는 정면을 그릴 정도로 암기와 단순한 기술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새 전형방법을 계기로 학생들의 창의적 표현력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대 조형예술대는 또 올 겨울방학이나 내년 봄 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단기 ‘이화 조형예술 예비대학(가칭)’을 운영하고 내년 1학기 수시모집에서는 이 예비대학 수료자들에게만 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예비대학 모집 정원은 1학기 수시모집 정원의 4배수이며 구체적인 선발 일정과 교육과정은 올 가을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홈페이지(www.ewha.ac.kr)참조.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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