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 이은호의 '술꾼'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35분


제목이 ‘술꾼’이라…. 어, 술꾼에 관한 만화책?

뭐, 술꾼에 관한 만화책까지 내고 그럴까. 술 먹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 파업유도 발언도 폭탄주 돌리다 나왔고, 술김에 여성 장관 외모 운운했다가 옷 벗은 나으리도 있잖아. 술꾼들 얘기야 술 먹다 안주 삼아 웃자고 하는 거지 만화까지 그렸단 말야. 도대체 뭘 그렸을까?

저자가 누구야. 이은호?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80년대부터 최근까지 재야와 노동계 출판물에 만화를 그려온 ‘운동권 공식 지정 만화가’네. 이런 사람이 첫 작품집으로 낸 게 ‘술꾼’이라고. 참, 술 되게 좋아하는 모양이네. 하긴 태어날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이 사람 인생의 대소사가 모두 술과 연관돼 있을 정도니까.

술 못 드시는 분들께선 ‘술을 찬양 고무하는 만화책’이라고 역정낼 만도 하겠다. 하지만 ‘술 보안법’은 없으니까 괜찮겠지. 나름대로 술과 술꾼을 보는 시각이 객관화돼 있잖아. 중독자는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없는 법이지.

술에 관한 글귀도 많이 모았네. 이게 가장 맘에 든다.

“용은 잠잘 때 본래 몸을 드러내고, 사람은 술에 취해 본 마음을 드러낸다.”(백거이)

그래서 어쨌냐구?

“아줌마, 술 한 병 더 주세요, 꺼억∼.”126쪽 6000원 사회평론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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