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박사,"촌스러워도 신나면 그만"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26분


가수 이박사(47)를 사석에서 만나면 ‘신바람’이나 ‘엽기’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를 파랗게 염색하는 등 요란하게 멋을 낸 마흔 중반의 아저씨라는 정도일뿐, 그는 수줍음 때문에 낯도 많이 가리고 1m60cm, 46kg의 왜소한 외모, 뜨거운 음식도 거의 못먹는 등 나약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노래할 때 그는 돌변한다. 그도 “노래가 생기의 원천이고 그 재미로 산다”며 느닷없이 기자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이박사 신곡 '학교 매점 출출해'…올 여름 파라파라춤 열풍 예고>

지난해 첫 공식 음반으로 그는 ‘신바람 신드롬’을 일으켰다. 콘서트장도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가득해 “전 연령층이 객석을 메운 무대는 가요 역사상 처음”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의 인기 코드는 후련하기까지 한 노골적인 통속성이다. 폼잡지 않고 ‘느낌대로 흥대로’ 한바탕 불러 제끼면 그만인 게 그의 노래다. 뽕짝 디스코라는 기이한 조합과 즉흥적인 애드리브, 익살 창법과 거칠게 반복되는 사운드 등이 매력이다.

그의 음반은 관광버스의 비좁은 통로 ‘무도장’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것 같아 가요팬들은 처음에 당황했다. 이박사는 “그런들 어떤가. 신나면 그만이지”라고 말한다.

최근 나온 2집도 첫 음반과 마찬가지다.

타이틀곡 ‘학교매점 출출해’는 학교 매점에서 일어나는 10대들의 에피소드를 가사로 만들었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이박사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출출해∼/왕서이방∼’ 등의 가사에서 그의 익살이 고조되고 곧장 ‘아싸’ 등의 추임새가 이어진다.

이박사는 이 노래에 맞춰 ‘파라파라댄스’를 선보일 예정. ‘파라파라댄스’는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는 춤으로 팔과 상체를 많이 쓰는 동작이다. 이박사는 “4,5년전 마카레나 댄스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출 수 있을만큼 쉽다”며 “올 여름은 이박사 파라파라 열풍이 불 것”이라고 말한다.

수록곡 ‘몽키 매직’은 젊은 층에게 ‘젊다고 뽐내지 마라’는 경고다. 가사에서 ‘이게 뭔소리여, 궐기대회 하고 있네’라며 ‘이박사식’ 테크노 힙합 레게 사운드를 구사한다. 질질 끄는 발성, 목을 끓어내는 소리는 세련되게 포장된 요즘 노래에 대한 조롱처럼 들린다.

‘학교매점 출출해’ 등 수록곡 대부분은 일본에서 히트한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것이다. ‘애당초’ ‘인생은 60부터’ ‘서울 깜빡이’ 등 세 곡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

이박사의 가수 경력은 24년이나 된다. 그러나 국내 주류 무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첫 음반 ‘스페이스 판타지’를 발매하고 부터. 그것도 1995년 이후 일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가 역수입됐다.

지난해 첫 음반의 판매는 20만장에 못미쳤다. ‘신바람 열기’가 고스란히 음반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음반만으로는 그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없는데다 그의 노래를 ‘대중문화의 조잡한 키치’로 보는 시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박사는 “인기는 쇼”라며 “노래가 나를 즐겁게하니까 노래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6월에 라이브 콘서트를 갖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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