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12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제작사인 ‘RUG(The Really Useful Group)’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제미로’가 23일 마련한 발표회에서 제작사측은 12월1일부터 7개월 동안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Think of Me’ ‘All I Ask of You’ 등의 노래와 세계적인 흥행 성공으로 익히 알려진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은 처음이다.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살고 있는 흉칙한 외모의 유령과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의 사랑을 그렸다.
8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상륙해 뮤지컬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고 지금까지 13개국에서 관람객 6000만여명에 4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 무대에서의 화려한 명성과 달리 이번 공연이 ‘한국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번 무대는 RUG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 아니다. 연출 무대 음악 의상 등을 담당할 35명의 RUG측 스탭들이 참가했지만 배우는 빠졌다. 공연이 한국어로 진행됨에 따라 우리 말 구사가 가능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
제미로의 설도윤대표는 “5월 RUG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를 대상으로 출연배우 오디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태원 김원정 이소정 등 해외파 스타를 포함해도 국내 뮤지컬 배우의 ‘층’이 워낙 얇아 어떻게 출연진을 구성할지가 관심거리.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정작 중요한 음악적 비중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한국 공연의 총 제작비는 100억원으로 국내 공연 사상 단연 최고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로열티와 입장료 수입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제미로측은 “멕시코보다 나은 조건”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제미로측은 1000여석 규모의 LG아트센터의 경우 유료 객석점유율이 60%선일 경우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입장권은 4만, 6만, 10만원의 세 등급으로 판매된다.
◇발표회 비용만 2500만원…뮤지컬 사상 최고◇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오페라의 유령’은 23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비용에서도 뮤지컬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날 행사 비용은 영상물 제작비 600만원과 장소 임대료 500만원 등 모두 2500만원에 달했다. 영상물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이외에 ‘명성황후’의 연출자 윤호진, 영화배우 안성기, 유종근 전북지사,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의 축하 메시지로 구성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오페라의 유령’ 흥행 성공 여부가 한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한다는 식의 과장된 주장을 내세워 참석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문화 선진국 13개국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이 모두 공연이 성공했다”거나 “멕시코도 성공했다. 당연히 한국도 성공해 이제 문화선진국임을 알려야 한다”는 식이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아예 ‘한국은 준비되어 있습니다’였다.
한 참석자는 “이날 제작발표회 비용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연극 한편의 제작비”라며 “외국 제작자들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낯이 뜨거웠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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