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찰을 그리기로 한 것은 대부분의 사찰들이 산수와 조화를 이룬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 가람의 향기를 따라 전국을 돌아 다니며 그가 담은 풍경들은 산세(山勢)와 물의 흐름, 건축의 특성, 계절의 변화 등을 적절히 포착해 각기 독특한 산사(山寺)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울진 천축산 불영사, 안동 천등산 봉정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김천 황악산 직지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등을 그린 50여 점의 작품들이 두 전시장에 나뉘어져 전시된다. 그림들은 주위 산세까지 잡아내는 호방한 필치와 하늘 위에서 산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구도가 특징.
“산천은 둥지고 가람은 그 둥지에 싸인 알”이란 작가의 표현처럼 그의 그림들에 나타난 가람들은 대자연의 아늑한 품에 푸근하게 안겨 있다.
높이 2m에 이르는 선암사 부석사 등의 대작들은 여러 각도에서 부분도를 그리고 이를 다시 유기적으로 재구성해 사찰 전체를 한 화폭에 담는데 5년이 걸렸다. 그는 가람배치를 치밀하게 고증하고 수많은 밑그림을 그려 지리적 정확성을 높이는 한편 그림으로서의 멋도 살리기 위해 구도와 색채를 충분히 연구했다.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미술사)는 “그의 그림들은 대체로 수묵이 지배적이지만 최소한의 채색을 곁들여 생동감을 더해 준다”면서 “그 채색은 또 담백해 수묵의 농담과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