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 "이집트史 새로 써야"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47분


이집트의 목조 작살
이집트의 목조 작살
이집트 카이로 남부 사카라 지역에서 기원 전 3000∼29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고(最古)의 석조건축물이 확인돼 이집트 고고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이집트 고고학 전문지인 ‘Egypt Revealed Magazine’ 3, 4월호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축물로 공인받은 이집트 조세르 왕조의 계단식 피라미드(기원 전 2560년경)보다 시대가 훨씬 앞서는 석조 건축물이 확인돼 현재 정밀 발굴이 진행 중”이라면서 “이집트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흥분하는 고고학자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석조 건축물은 조세르 왕조의 계단식 피라미드 서쪽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축물의 정확한 규모나 용도 등 실체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건축물도 지상의 부분은 남아있지 않고 지하에 묻힌 부분만이 확인될 뿐이고, 주요 구조물도 현재 확인 중이다.

발굴은 폴란드―이집트 공동발굴단이 맡고 있다. 지금까지의 발굴 결과, 이 건물은 대략 길이 600m 이상, 폭 400m 이상이다. 발굴단장인 고고학자 카롤 미슬리빅(폴란드 바르샤바대 교수)은 “이 곳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의 연대가 기원 전 3000∼2900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고, 건축물의 연대 역시 이 시기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발굴단은 지하에서 계단식 피라미드와 흡사한 계단식 제단 구조물을 찾아냈다. 발굴단은 “이 건축물 지상부분의 석재를 가져다가 조세르 왕조의 피라미드를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건축물의 지상부분이 사라져버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하 구조물에선 70여 개의 인골과 미라가 출토되어 이 건축물이 일종의 무덤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했다. 또한 사슴뼈 영양뼈 돼지뼈 등의 동물뼈와 토기, 목제 작살도 출토됐다.

발굴단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2.6m 길이의 목제 작살. 지금까지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작살이 발견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살 양쪽면에는 뱀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다. 발굴단은 “아마 나일강에서 악어 하마 등을 잡다가 죽어간, 지체 높은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부장품의 일종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발굴단은 현재 발굴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늦어도 올해 안에 이 석조건축물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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