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화재 도난사건은 1996년 16건, 97년 24건, 98년 32건, 99년 38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지난해에 28건으로 줄긴 했지만 이것은 문화재청과 경찰의 집계일뿐,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수십,수백배나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가장 취약한 부문은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다. 사찰의 경우, 대부분 산중에 떨어져 있어 보안이 취약해 도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1988년부터 99년까지 조계종 사찰에서만 450여건의 문화재를 도난당했다.
더구나 사찰문화재 목록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어떤 것이 도난당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다. 국보나 보물 등 국가 혹은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렵다.
특히 복장유물(腹藏遺物·불상 속에 집어 넣은 불교 문화재)의 경우, 도난 여부를 파악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사찰에서는 복장 유물을 열어 보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찰문화재를 일제히 조사해 목록을 만들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문화재가 장물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 수 있고 그것이 장물거래를 막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목록 작성 작업은 우선 불교계가 맡아야 한다는 것. 또한 사찰에서 보관이 어려운 유물은 박물관 등에 위탁 보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이 할 일도 많다. 여러곳에 흩어진 문화재에 대한 자세한 현황 파악을 서둘러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도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문이다.
문화재 도난사범에 대한 처벌과 공소시효 규정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절도에 대한 공소시효 시점은 문화재가 도난당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공소 시효는 7년. 이렇다보니 장물을 밀거래하다 적발되어도 공소시효를 넘긴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이같은 허술한 법망을 보완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