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갖는 초등학교 동창회날.
아침부터 사춘기 소녀처럼 들뜬 모습으로 찜질방으로 미용실로 다녀온 박씨는 백화점 세일 때 큰맘 먹고 산 분홍색 투피스를 입고 나섰다.
웬일인지 금세 새침한 얼굴로 돌아온 박씨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두 딸.
“왜 그래? 엄마보다 이쁜 아줌마라도 있었던 거야?”
‘아빠한테는 절대 비밀’을 다짐한 후 엄마의 고백을 들었다.
“초등학교 때 허구한 날 내 자리쪽만 쳐다보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맞아, 엄마가 아빠랑 싸울 때 그 사람한테 시집갔으면 ‘떠받듦’을 받으며 살게 됐을 것이라고 그랬잖아.”
“근데, 오늘 그 애가 꼭 나오라고 전화까지 해서 나가봤더니만….”
아직도 분이 안 풀린다는 듯 냉수를 들이켠 박씨.
“들어오자마자 내 짝꿍 미숙이를 찾으면서 ‘옛날에 미숙이 쳐다보느라 공부를 못했다’는 거야!”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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