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초등생 '맞춤식 레포츠강습' 열기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53분


◇멤버십 형태 '사설클럽' 주목

선생님 활이 자꾸 땅바닥으로 가는데요.”

“그러니까 그 상태에서 팔을 조금만 위로 올려보세요.”

지난 주 일요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야외 체육관. ‘리틀즈 클럽’의 회원 어린이 20여명이 무거운 안전장비를 몸에 두르고 시드니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오교문씨(29)에게 ‘양궁 수업’을 받고 있다.

10m 거리에서 처음엔 1, 2명을 빼놓고 전부 과녁을 빗나가더니 1시간쯤 지도를 받고는 대부분 6∼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으며 얼추 흉내를 내는 분위기다.

▽국가대표 선수가 직접 지도

딸 강유주양(8·서울 압구정초등 2)을 데려 온 학부모 최영미씨(36)는 “아이가 ‘아이답게’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컴퓨터, 학원스케줄에 찌든 아이가 자연 속에서 다른 학교 친구도 사귀고 운동에 취미를 붙이는 게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잔디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게 하석주 선배 방식이고, 이렇게 유니폼을 덮어쓰면 ‘이동국 스타일’이 되는 거야.”

축구국가대표 이천수씨(21·고려대 2)는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시합을 하다 말고 ‘골 세리머니’법을 가르쳐 주며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런저런 ‘훈련’은 없고 축구공을 주제로 여러 가지 ‘게임’이나 ‘놀이’를 하며 아이들의 흥미를 돋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배달해 온 도시락을 먹은 뒤 승마 육상 서바이벌게임 등을 즐긴다.

▽학생 2~3명에 교사 1명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누리단 YMCA 등의 공공단체가 운영하는 특별활동단체 외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멤버십 형태의 ‘사설 클럽’이 인기다. 체육활동에 문화 사교활동을 가미한 형태로, 제도권 특별활동시스템에서 한발 나아간 ‘대안교육’의 연장이란 점에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클럽들은 대부분 매주 일요일 주제를 정해 특별활동을 갖고 있으며 학생 3∼5명당 교사 1명씩이 따라 붙을 정도로 ‘맞춤식 특화교육’을 받는다.

어린이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 “차려” “줄 서” 같은 단체제식훈련은 받지 않는다.

‘리틀즈’의 경우 1년 동안 농구 축구 야구 등 구기, 육상 체조 등 기초체육, 승마 골프 스킨스쿠버 크리켓 스노보드 등 ‘고급 레포츠’ 20여종을 연마하는 과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체육에 사전 대처해 친구들에게 ‘몸치’나 ‘체육 왕따’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일차적 목표.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은 현지 생활에서 ‘운동력이 곧 리더십’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원형 이사(33)는 “인종과 언어구사력을 뛰어 넘어 운동을 잘하면 현지 급우들 사이에서 쉽게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자녀들에게 ‘레포츠 과외’를 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나물캐기 등 체험학습 병행

‘승마’는 말과의 정서교감 과정을 통해 내성적인 아이들의 성격개조도 돕는다. 체육을 하지 않는 주에 미술관 뮤지컬관람 매너교실 등을 열거나 나물캐기 농장견학 등 자연체험학습을 병행하고, 방학 때에는 국내외로 ‘캠프’를 가 어린이 회원들간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어린이클럽’의 레포츠교습은 다양하다.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한다는 취지로 국가대표를 강사로 스카우트해 아이들에게 기초체육을 가르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 강사를 둔 곳도 있다. 캐나다인이 인라인하키를 지도하는 ‘이스포피아’는 흡사 ‘영어유치원’처럼 운동을 하며 자연스레 영어가 습득되는 효과를 꾀한다.

‘조이맥스’의 레저교실은 축구 승마에 관한 특화교육은 물론 미니카레이싱(스포츠카트), 수상스키, 초경량항공기날리기 강습도 갖는다.

◇체육이 특화된 어린이 클럽

이 름

특 징

연락처

리틀즈클럽

레포츠 문화 활동, 국가대표코치, 방학캠프, 연회원제

02-515-3225

조이맥스

축구 레저교실, 사교활동, 방학캠프, 연회원제

031-716-7671

이스포피아

영어로 배우는 인라인하키교실, 실내축구, 월회원제

02-5496-777

경희스포츠뱅크

구기종목특화, 허약체질관리, 사교활동, 월회원제

031-714-1447

◇육상스타 이진일씨 한마디…-"100m 달리기 폼만 교정해도 금새 2~3초 단축"

“팔을 앞으로만 왔다갔다하면 안돼. 뒤로 많이 쳐야 무릎이 올라가고, 무릎이 빨리 올라가야 빨리 달리는 거야.”

94, 98 아시아경기 육상 800m 금메달리스트출신인 이진일씨는 어린이클럽에서 아이들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달리기를 가르친다.

“대학생들만 가르치다가 초등학생들 가르치니까 발전속도가 눈에 보이네요.”

이씨는 100m를 20초에 뛰던 아이들도 간단한 폼 교정만을 통해 금세 17∼18초로 기록을 단축한다고 놀라워했다.

“그냥 달리라니까 대충 알아서 달리는 아이들이 태반이죠. 사실 체계적 교육만 받으면 단기간의 성취효과가 큰 종목인데요.”

이씨는 달리기 강습을 위해 아이들을 종종 수영장까지 데려가는 ‘과학적’ 방법도 쓰고 있다. 저항을 최대화한 물에서 관절 하나하나에 대한 폼을 교정해 주는 지도 방식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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