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경주 남산 불교유적 답사

  •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57분


◇산중 가득 부처님 미소, 마음 가득 자비의 음성◇

“부처님 살아 계시면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됐겠노?”.

“글쎄, 한 삼천살은 안 되겄나”.

“삼천년 지난 뒤에도 생일 챙겨주는 사람이 이래 많으니 얼마나 좋겠노”.

“요즘 애들 하는 것 봐서는 우리 죽고나면 제삿날이나 제대로 챙겨줄까 모르겠데이.”

경주 남산에 오르다 대구에서 왔다는 아줌마 산악회원들이 냉골(삼릉골)을 오르며 떠들썩하게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29세에 출가한 석가모니가 82세에 열반에 드니 그 때가 기원전 543년. 그 이듬해 시작된 불기는 올해로 2545년을 맞는다.

경주 남산의 골짜기 산등성이 곳곳에 서있는 석불과 탑, 절이 서기 시작한 것은 7세기. 이곳 남산 유적의 역사도 대충 헤아려 1400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남산에서 돌부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느 골짜기, 어느 등성이로 올라도 굳건한 바위에 불상 한 두체, 절터 한 두개 쯤은 남아 있기 마련이니까.

“재미있는 것은 불상이나 탑 주변을 보면 반드시 무덤이 있다는 겁니다.”

신라유적 답사안내를 전문으로 하는 ‘신라사람들’의 이홍열씨. 그는 경주 남산은 국립공원 지역이어서 일절 묘를 쓸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상 주변이 명당으로 소문나자 야밤에 몰래 올라와 불상 주변 빈터에 유골을 안장하고 사라지는 사람이 많단다.

‘욕심을 버리고 해탈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불상에 담겨 온 산을 뒤덮은 남산. 하지만 불상과 불탑 아래에는 어김없이 사람의 가장 이기적인 마음인 ‘욕심의 무덤’이 놓여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무색케 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극단의 대비를 통해 그 가르침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기도 합니다.” 한 불자의 너그러운 해석이다.

경주 남산의 유적 답사길은 정비가 잘 돼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유적마다 안내판이 잘 설치돼 있어 별 준비 없이 산을 오르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다.

“경주 남산 답사의 묘미는 산속에 숨듯 모셔진 다양한 모습의 부처와 탑을 찾는데 있어요. 바위에 부처를 새긴 것은 산과 바위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온 우리네 고유의 산악신앙과 불교가 접합된 덕분입니다.” 이씨는 “산행하면서 만나는 산속의 불상과 탑은 사찰에 보존된 것과는 모습도, 느낌도 다르다”고 했다.

남산 유적을 살피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불상 눈가의 미소가 사라지고 얼굴과 체형이 변하는 것도 알 수 있다. 각 불상의 차이를 찾아내고 비교해 보는 것도 남산 유적답사의 소중한 체험중 하나.

경주 남산에 이처럼 많은 돌부처가 있는 것은 풍부한 화강암 때문. 그러나 시인의 해석은 달랐다. 경주에서 7년간 교편을 잡았던 청마 유치환(1908∼1967년)은 말했다. “석공은 돌을 깨 부처를 깎은 것이 아니다. 바위속에 숨어 계신 부처를 찾은 것이다”라고.

◇찾아가기◇ △손수운전〓경부고속도로 경주 출구(서울 기점 350㎞). 통행료 1만3200원(편도).

◇답사여행◇ 승우여행사(02―720―8311)는 30일 무박2일 일정으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4만8000원. 토함산(석굴암)일출∼삼릉골 코스 불상답사(상선암∼상사바위∼배리삼존불). 안내 이홍열(신라사람들) www.seungwootour.co.kr

◇신라 유적 해박한 여행자 도우미◇

◇신라 사람들◇ 경주 남산 유적은 물론 신라 유물에 대한 여행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직된 전문 답사 안내단체(www.kjman.co.kr)다.

남산을 놀이터로 삼던 경주 토박이가 지금은 ‘남산 지킴이’가 되어 신라와 불교, 선조의 삶과 문화가 집약된 유적으로 안내한다. 수학여행 체험학습(탁본뜨기 등), 슬라이드 강의, 답사여행설계(무료) 프로그램 운영중. 매달 한 차례 보름달이 뜨는 주말에는 달밤에 신라 유적을 둘러 보는 ‘달빛 여행’도 운영한다. 고즈넉한 달밤에 향좋은 차를 음미하고 단소 대금연주도 들으며 유적을 답사한다. 054―748―7707

<경주〓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수행도량 최후의 보루' 봉암사, 일년에 단 하루 "중생 곁으로"◇

올해 ‘부처님 오신 날’ 패키지 여행상품이 경북 문경시 ‘봉암사’에 집중되고 있다. 승우여행사와 여래지 등 석가탄신일 당일 패키지여행상품을 판매중인 여행사들의 상품 대부분이 봉암사여행이다. 전국에 명산 대찰이 많고 많은데 왜 하필이면 봉암사일까.

이는 봉암사가 1년에 한 번, 초파일에만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측은 “국내 불교의 성지로 평소에는 스님들의 수행을 위해 일반인들을 통제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에는 인근 주민들과 불자들의 예불을 위해 사찰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측은 이 곳을 국내 유일의 조계종 종립 특별 수도원으로 삼고 1982년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으며 ‘국내 수행도량 최후의 보루’로 삼았다.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세워진 봉암사는 선종(禪宗) 9개파(구산선문) 중의 하나인 희양산파의 중심사찰이다. 최치원이 비문을 쓴 보물 제138호 지증대사적조탑비 등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으며 주변의 산세가 웅장해 일찍이 창건자 지증대사가 “스님이 살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봉암사는 한국 현대불교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불교성지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1947년 성철 스님을 비롯해 자운 우봉 스님 등 20명이 쇠퇴한 불교의 제 모습을 찾기 위해 “삼엄한 불계를 지키며 오직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는 다짐아래 ‘봉암사결사’를 했다. 이로 인해 한국불교의 선풍이 크게 진작됐으며 결사에 참가한 스님중 조계종 종정 4명, 총무원장 6명이 배출됐다.

‘터사랑’ 여행사 전숙희대표(42)는 “다른 곳보다 오염되지 않은데다 경치가 빼어나고 문화재가 많아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며 “많은 여행사들이 부처님 오신 날 봉암사여행을 벼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부처님 오신날 여행 상품◇

무박2일

출발

패키지상품

코스

가격(원)

여행사

전화(02)

28일

선암사

향일암일출∼오동도∼선암사

5만5000

고인돌

745-2626

30일

불국사

무장사터∼불국사∼석굴암∼괘릉

5만8000

돌장승

723-4554

천은사

향일암일출(새벽예불)∼천은사∼지리산

5만9000

감동여행

2614-6735

송광사

송광사(새벽예불)∼보성차밭∼낙안읍성

5만5000

열린답사

2282-0624

당일

29일

개심사

서산마애삼존불∼개심사∼삽교석불입상

3만8000

구의여행사

2274-9292

미륵사지

고군산열도∼선유도∼익산미륵사지

4만8000

옛돌

2266-1233

부석사

영주∼부석사무량수전∼소수서원

4만

국토문화

2266-0220

5월

1일

금산사

채석강∼적벽강∼김제 금산사

3만9000

감동여행

2614-6735

내원암

위도∼고사리꺾기체험∼내원암(예불)

4만9000

봉암사

봉암사∼쌍곡계곡

3만8000

승우여행사

720-8311

봉암사∼문경새재∼왕건촬영지

3만2000

화요문화

2275-4333

봉암사∼백운계곡∼문경새재∼왕건세트

3만8000

여래지

3445-0202

봉암사∼백운대 마애보살좌상

3만5000

돌장승

723-4554

봉암사∼백운대

3만5000

터사랑

725-1284

봉암사∼김룡사∼내화리∼장수황씨종택

3만8000

국학연구소

921-2212

봉암사∼백운대∼보개산 각연사

3만8000

고인돌

745―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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