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망한다’ 출간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이제는 곪을 때까지 곪아서 당장 터질 지경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있어야죠. 술 마시고 넋두리라도 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41·사진)가 ‘참다 못해’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이렇게 해서 1주일에 한 번 꼴로 토해낸 그의 심경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폭발할 것 같은 답답한 심정이 어느 정도였기에 제목이 ‘한국은 망한다’(이슈투데이)일까. 한 젊은 경제학자를 이토록 절망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저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게 하나의 축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까발려져 시정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그로부터 1년 뒤.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정부는 벌써 IMF(국제통화기금)를 졸업했다며 치적을 선전하기에 바빴습니다. 정말 희망이 보이지 않더군요.”
저자는 ‘망한다’의 현대적 의미에서부터 담론을 시작한다. “과거에는 한 국가가 망하면 지배계층도 함께 몰락했어요. 현대에는 국가가 망해도 지도층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국가는 부정 부패 속에 표류하고 있는데 지도층이 누리는 혜택과 특권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으니 이러한 점에서 분명 우리 사회는 망해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에서 홍 교수는 재벌개혁과 교육문제에 집중포화를 던진다. 이른바 ‘재벌 암세포론’과 ‘서울대 분할론’.
“평상시 끊임없는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써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는 국가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는 점에서 재벌은 암세포와 같습니다.”
‘서울대 분할론’ 역시 파격적이긴 마찬가지. 교육문제를 다분히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점이 새롭다. 서울대라는 이름 값을 평생 ‘우려먹을 수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서울대를 둘로 나눠 경쟁을 붙이자”며 색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의 상태로는 서울대에 필적할 만한 경쟁상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제목 앞에 ‘이러다간’이라는 조건명제가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제시해놓은 저자의 대안들이 돋보인다. 인터넷에 게재된 글이었던 만큼 매체의 속성상 표현이 직설적이고 노골적이지만 분명 그 속에는 한국사회를 바로잡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과 애정이 담겨 있다. 200쪽 7500원.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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