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디어비평' 첫 전파, 균형잃은 비평…입맛따라 편집

국내 TV 사상 첫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MBC의 ‘미디어 비평’이 토요일인 28일 밤 첫 전파를 탔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언론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나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신문고시를 다룬 ‘뉴스 초점’의 경우 각 신문사의 보도 내용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하면서 시청자들이 자막을 읽을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화면을 바꿔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미디어 이슈’를 진행한 정태인씨는 시사평론가라고만 소개됐을 뿐 미디어 비평에 필요한 경력이나 지식을 갖췄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설명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보도 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우선 신문고시를 신문사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불공정 행위의 단속유형으로 단정했을 뿐 고시가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1차 회의에서 공정위의 신문고시 상정안을 반려했느냐는 문제에 대해 미디어 비평은 미묘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익명의 규개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반려가 아니었다’는 인상을 주었다.

신문고시 상정안은 규개위 경제1분과위 1차 회의에서 일단 거절당했었다. 1차 회의 후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고시 제정의 필요성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리젝트(기각)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규개위 위원들이 신문고시가 부활돼도 자율규제 우선 방침을 천명한 것과 달리 공정거래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의 보도에 대한 미디어 비평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문고시를 부활하더라도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규개위 합의에 대해 ‘자율규제도 자율규제지만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하겠다’는 취지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 위원장이 무리하게 앞서갔다는 지적이 있었고 규개위 민간위원들도 합의사항과 다르다며 반발한 것이 사실인데도 이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멘트 중 일부만 편집하거나 강철규 규개위원장의 원론적 얘기를 보도하는 데 그쳐 주요 신문들이 사안을 왜곡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MBC의 ‘미디어 비평’ 홈페이지에도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차인철씨는 “방송이 신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반면 다른 네티즌은 “별로 새겨볼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정작 시청자와 독자의 소리가 빠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방송이 신문을 비평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우선 자기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해·이승헌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