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김태호전 22일까지 노화랑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붓질로 짠 '천' 색색의 리듬 출렁

멀리서 보면 회색이나 갈색 등 한 가지 색의 씨줄과 날줄이 서로 교차하면서 촘촘히 짜여진 직조물(織造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화면이 태양빛을 받아 색의 분사가 일어나듯 회색 바탕에 파란빛이, 갈색 바탕에 회색 빛이 감돌기도 한다.

서양화가 김태호(홍익대 회화과 교수·53)가 서울에서 6년 만에 개인전(2∼22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을 갖는다. 이번 출품작들은 캔버스를 돌려가며 붓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칠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에 따라 마치 바둑판 같은 요철 화면에 다양한 색깔들이 리듬을 타고 출렁인다.

작가는 가로 세로 한 줄 씩의 선에 10겹으로 색을 칠해 이를 우물 정(井) 자 모양으로 교차시키면서 화면에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인 굴곡을 만들어낸다. 그 뒤 자신이 쌓아 온 색의 퇴적층을 끌칼로 깎아내 질서를 허물어뜨린다. 일종의 파격을 행하는 것. 작가는 “그동안 칠한 색들을 다 보여 주기 위해 칼을 댔다”면서 “칼로 깎인 부분들에서 갖가지 색점들이 점멸하듯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작품들을 만드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도 물감을 많이 썼다고 자부한다.

“보통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아크릴 물감 4ℓ는 썼을 거예요. 굳이 계산해본다면 물감 값만 작품 당 300만∼400만원은 들어갔을 겁니다.”

선을 중첩해 칠하는 그의 작업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과거에는 선들이 자유분방해 다양한 형태가 화면에 연출됐으나 이번에는 바둑판 모양의 규칙적 형태가 나타난 것이 달라진 점.

그는 이 작품들에 모두 ‘내재율’ 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는 “규칙적인 행위의 수많은 반복과 그로 인해 빚어진 화면을 통해 한국인의 내면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02―732―3558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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