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서울 영락교회에서 전도사 임기를 마치고 다른 교회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사를 며칠 앞두고 그 교회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어요. 가족이 몇 명이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오갈 데 없어 모시고 있는 분들을 포함해 모두 아홉 식구였지요. 교회에서는 식구가 너무 많으니 사모님과 아이 둘만 데리고 이사오라는 겁니다. 거동도 제대로 못하는 분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이훈 목사(45)는 결국 그 교회의 제의를 거절하고 포항 구룡포 석병교회(www.sbchurch.or.kr)로 부임했다. 이 목사는 부임 1년 후 교인들을 간신히 설득해 교회 옆에 28평 짜리 개인주택을 지은 뒤 노인 두 분을 모시고 양로원을 시작했다. 교회가 양로원 운영에 나선 것이다.
“치매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한번은 욕실에 들어가는 할머니를 뒤따라 가보니 양변기에 얼굴을 박고 세수를 하고 계셨어요. 그 할머니가 세수 대야에 대변을 누고 타일 벽에다 똥을 다 발랐어요. 참을 수 없어서 ‘할머니 앞으로 똥칠 한번만 더 하면 쫓아버릴 줄 알아요’라고 소리쳤지요. 그러나 다음날 할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빌었어요. ‘할머니 똥칠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시간이 흐르고 노인수가 늘어 기존 주택 하나로는 좁아 더 이상 모실 수 없었다. 결국 폐교가 된 석병초등학교를 임대해 시설을 개조했다. 현재는 20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50여명의 장애노인들을 모시고 있다. 시설은 더 늘릴 수 있으므로 앞으로 교회의 능력이 닿는 대로 더 많은 노인들을 모신다는 계획이다.
“시골교회 목사라는 게 설교하고 심방만 하다보면 남는 시간이 많아 따분해지고 도시로 나갈 궁리만 하게 돼요. 양로원을 운영하다 보니 저도 정신 없이 바쁘고, 동네 어른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습니다. 교회에 가려면 모두 석병교회에 가라고들 합니다. 구룡포에서 뿐만 아니라 멀리 포항 시내에서도 우리 교회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목사는 군복무 시절 해병대원으로 이 곳 바닷가에서 근무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인근 해병부대에서는 신병이 전입해오면 반드시 이 교회의 양로원에 보내 인성교육을 시킨다. 얼마 전에는 건장한 미 해병대 10여명도 와서 페인트칠 등 봉사활동을 해주고 갔다. 미 해병대는 해외근무지에 오면 의무적으로 얼마간 자원봉사를 하도록 돼 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 결국 하나님이 부족한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