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살부터 어린이죠…" 놀이동산등 할인요금 기준 달라

  • 입력 2001년 5월 4일 18시 36분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어린이’일까.

만 41개월인 승연이(서울 서대문구 홍제동)는 호텔 뷔페식당에 가면 무료지만 비행기를 타면 돈을 내야 한다. 뷔페식당에선 만 4세부터 어린이로 인정, 한끼 식사값을 내야 하지만 비행기에선 만 2세부터 어린이로 보기 때문.

이처럼 각종 서비스 요금에서 어린이로 인정하는 나이가 천차만별이다. 어린이 연령대의 끝은 대체로 만 12세(초등학교 6학년)로 통일돼 있으나 시작 연령은 각각 달라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

▽어린이 연령 적용 실태〓지난달 28일 남편과 함께 두 딸을 데리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식당을 찾은 박은애(朴恩愛·33·주부·서울 성북구 성북동)씨는 저녁을 먹고 난 뒤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둘째 딸 예원이(4)는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이 한사람 몫으로 계산서에 기재된 것.

“애가 먹은 것은 김밥 몇 개와 우유 한잔이다. 초등학생부터 돈을 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박씨에게 호텔측은 만 4세부터 어린이 요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주부 김모씨(32·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입구에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생후 41개월(3년5개월)된 아들의 입장료 때문. 바로 한달 전 다른 놀이공원에서는 무료로 입장했는데 이곳에서는 만 3세부터 입장료를 받는다고 했다. 호텔업계는 대체로 만 4세부터 요금을 받고 있으나 놀이공원은 업체마다 다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는 만 48개월(4세), 용인 에버랜드는 만 3세, 과천 서울랜드는 37개월(3년1개월)부터다. 비행기는 만 2세부터 어린이 요금을 받는다. 항공사들은 국제항공수송협회(IATA) 규정에 근거해 만 2세부터 12세까지 어린이 요금을 적용, 성인 요금의 75%를 받고 있다. 철도는 만 6세부터 12세까지. 3만600원인 서울∼부산 새마을호를 어린이가 타면 50% 할인된다.

그러나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이 없는 어린이의 나이를 증명하기는 어려운 실정. 그래서 돈을 적게 내거나 안내기 위해 아이들의 나이를 속이는 부모도 상당수 있다.

주부 A씨(36·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네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무조건 세 살이라고 우긴다”며 “아이한테 ‘거짓말 교육’까지 시키는 셈이어서 꺼림칙하긴 하다”고 말했다.

과천 서울랜드 길병은(吉炳H) 홍보실장은 “어린이날 같은 대목에는 매표소 앞에서 어린이 나이를 확인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며 “만 37개월 이상의 어린이에게 요금을 받는데 부모가 아니라고 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 대개는 입장시켜주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얌체 부모들은 많이 줄었지만 간혹 의심스러울 때면 아이에게 직접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

▽전문가, 관계자 의견〓‘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혜숙(李惠淑) 기획실장은 “업체들은 어린이 나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규정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뒤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면서 “부모들도 통상 아이를 무릎에 앉히면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우리 사회에 건전한 요금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아동학과 김경희(金璟姬) 교수는 “어린이에 해당하는 나이는 발달심리학적으로나 사회통념적으로 볼 때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만 6세부터 초등학교가 끝나는 만 12세로 보아야 한다”며 “어린이 나이를 만 6세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은 지나친 장삿속”이라고 꼬집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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