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生鞠之恩(생국지은)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나실 적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梁柱東(양주동 1903∼1977)님이 쓰신 ‘부모님의 恩惠(은혜)’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불렀던 노래, 모르는 이가 있을까. 나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恩惠를 일컬어 ‘生鞠之恩’이라고 한다. 中國의 古典인 詩經에 보인다.

父兮生我(부혜생아)―아버지 날 낳으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어머니 날 기르셨네.

이 詩는 부모님의 기대에 미처 부응하지 못한 罪責感(죄책감)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어느 孝子의 悔恨(회한)을 읊고 있다. 여기에 보면 부모님의 恩惠를 7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즉 부(부 어루만짐), 畜(휵·사랑해줌), 長(가르쳐줌), 育(길러줌), 顧(보살펴줌), 復(감싸줌), 腹(품에·안아줌).

하지만 ‘내리 사랑’이라는 우리말도 있듯이 우선 자식이 부모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당연히 부모님의 恩惠를 자식들이 절반인들 갚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欲報之德(욕보지덕)―그 恩惠 갚고자 하나, 昊天罔極(호천망극)―하늘같아 끝이 없네.

한편 佛經의 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에서는 부모님의 恩惠를 10가지로 들고 있다.

1. 懷耽守護恩(회탐수호은)―품고 지켜주는 恩惠 2. 臨産受苦恩(임산수고은)―출산의 고통을 감내한 恩惠 3. 生子忘憂恩(생자망우은)―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恩惠 4. 咽苦吐甘恩(연고토감은)―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는 恩惠 5. 廻乾就濕恩(회건취습은)―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恩惠 6. 乳哺養育恩(유포양육은)―젖 먹여 길러주시는 恩惠 7. 洗濁不淨恩(세탁부정은)―손발이 다 닳도록 씻어주시는 恩惠 8. 遠行憶念恩(원행억념은)―먼 길 떠날 때 걱정하시는 恩惠 9. 爲造惡業恩(위조악업은)―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서슴지 않는 恩惠 10. 究竟憐愍恩(구경연민은)―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恩惠.

또한 어머니는 출산시 3말 8되의 피를 쏟는가 하면 8섬 4말의 젖을 먹인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 같은 부모의 恩惠를 생각하면 자식은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그 큰 須彌山(수미산)을 백 번, 천 번 돌더라도 다 갚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인가. 孔子도 3000가지의 죄악 중 不孝가 으뜸이라고 했다. 내일, 그 어버이의 恩惠를 생각하는 날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