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족으로 둘러싸인 동양계 민족의 신비한 나라’ ‘집시와 바이올린’ ‘구슬프게 시작돼 활기차게 끝나는 민속춤곡’ ‘반 공산당 투쟁’…. 헝가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최근 헝가리의 오케스트라와 관련한 두 건의 뉴스는 개혁과 개방이후 변화하고 있는 이 나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뉴스는 ‘부다페스트 집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앨범(소니) 등장 소식.
서구의 표준적 오케스트라가 보통 60∼70명의 인원으로 연주되는데 비해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부다페스트 집시 오케스트라’는 현악기를 위주로 100명의 정해진 인원이 연주를 해나간다.
미끄러지듯한 현란한 ‘글리산도(glissando)’를 비롯, 신기에 가까운 바이올린 파트의 명인기는 ‘집시의 요술 바이올린’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이 악단의 자랑. 우리나라 양금과 조상이 같은 ‘침발롬’(덜시머)이 약간 소란스러운 듯 하면서 윤기나는 독특한 음색을 더한다.
1994년,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데뷔 연주를 장식한 이래 이 악단은 전 유럽을 돌며 200회가 넘는 연주로 ‘환상적인 에너지’를 자랑해왔다.
반면 냉전시대 헝가리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필하모니아 훙가리카’는 지난달 22일 고별연주회를 갖고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악단은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서독으로 망명한 음악가들이 1956년 결성했다.
지휘자 앙탈 도라티를 구심점으로 104곡에 이르는 하이든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단원들이 노령화되면서 활동이 위축됐고, 조국 헝가리가 1989년 민주화된 뒤 망명 동포들의 지원금도 끊기는 등 존립에 위기를 겪어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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