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영국문화원의 실무자들은 최근 이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평범한 한국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국 문화 행사를 한국에 선보이자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영국문화원 뿐만 아니라다른 주한 외국문화원 사이에도 확산되고 있다. 음악 무용 연극 등 고급 공연 위주의 행사에서 벗어나 대중 문화, 과학 등의 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 문화축제에도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영국문화원은 영화, 애니메이션, 패션, 디자인, 팝아트, 건축, 게임 등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문화 현상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영국문화원은 지난해말 제1회 영국 애니메이션 축제를 개최한데 이어 다음달에는 영국 그래픽 디자인과 음악산업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사운드 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전시회는 일반인에게 친숙한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오아시스 등 영국 출신 팝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CD 표지 전시, 뮤직비디오 상영 등의 행사를 갖는다.
과학 분야의 행사도 개최한다. 영국에서 19세기초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시작된 과학 강의 ‘크리스마스 렉처’를 처음으로 한국에 유치해 8월에 선보인다.
올 하반기에 패션 디자인이나 건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두 나라 산업체끼리 직접 연결시켜주는 활동도 펼 예정이다.
영국문화원 고유미 공보관은 “지난해부터 ‘뉴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고전적이고 비 대중적인 행사 대신 가볍고 재미있으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행사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로얄 발레,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 후원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문화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프랑스 문화원은 지난해 영화관과 전시관이 있던 문화원 건물의 폐쇄와 함께 해체되고 대사관내 문화과로 기구가 축소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프랑스 대사관 장자크 포레 참사관은 “이제 한국에도 훌륭한 문화 공간이 많기 때문에 대사관이 직접 운영하는 문화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그 비용과 노력을 다양한 문화 행사를 추진하는데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사관은 조만간 서울 시내 주요 극장에서 20여 편의 최신 프랑스 영화를 선보이는 ‘제1회 프랑스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한국민에게 다가간다는 취지에서 이달말 열리는 ‘경기 남양주군 페스티벌’ 등 지역 문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과학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문화과 예산의 절반 정도를 한불 과학 교류에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문화원은 지역 문화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월 통영현대음악제에 참가한데 이어 최근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파스빈더 감독의 특별전을 개최했다.
독일문화원이 올해부터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남북을 아우르는 문화행사의 개최. 지난 2월에는 ‘JSA 공동경비구역’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자 남북문제와 영화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고, 4월 평양에서 열린 ‘사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도 참가했다. 올 9월엔 본 대학 오케스트라의 남북 동시 공연도 추진 중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