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맞벌이하면 어떻게 하지?”장기적으로 주5일제 수업을 도입한다는 방침이 발표된 뒤 학생 학부모 학교는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5개 초등학교에서 이번 학기부터 실험적으로 주5일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는 토요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크게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토요일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들의 고충과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지역 사회의 지원 등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 5개 초등학교 '주5일제 수업' 시범 운영◇
▽토요일을 어떻게 보낼까〓지난달 마지막 토요일(28일) 서울 고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알뜰 벼룩시장’이 열렸다.
장난감 학용품 가방 신발 등 전교생이 쓰던 물건이 놓여진 작은 가게가 문을 열었고 떡볶이 등을 파는 음식가게도 있었다.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1, 2학년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물건 고르고 사기’와 ‘보고서 작성하기’ 등의 과제를 푸는 수업현장이었다. 3, 4학년생들은 전쟁기념관 등지로 현장수업을 다녀온 뒤 벼룩시장에 합류했다.
1, 2학년생들은 작은 수첩을 들고 틈틈이 관찰한 것을 적어가며 수업에 열중했고 명예교사로 위촉된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재활용에 대해 알아보기’와 ‘구입한 물건 가격과 품질 비교하기’ 등 ‘선택학습’도 했다.
매월 2, 4번째주 토요일을 자유 등교일로 정한 고은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부모와 상의해 등교 여부를 결정한다.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재택학습’을 하고 학습보고서를 내거나 학교에 등교해 ‘대체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선택이 가능하다.
6학년 임유리양(12)은 “친구들이랑 지도어머니(명예교사)랑 현장학습을 하니까 소풍가는 것처럼 즐겁기도 하고 실제로 배우는 것도 많아 좋았다”면서 “중고교에서도 주5일제 수업을 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보고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험학교의 프로그램〓창림초등학교는 토요일을 종합학습일로 운영하고 있다. 종전에 운영하던 ‘자유학습의 날’ ‘책가방 없는 날’ ‘현장학습의 날’ 등을 토요일에 하는 방식. 학생들은 모두 등교해 ‘학교 주변 식물 관찰하기’ ‘과학관 견학’ 등 통합교과형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신기초등학교는 월 1회, 한양초등학교는 월 2회 학생 전원이 휴업하고 있다. 이는 ‘주5일제 수업’의 원래 취지와 가까운 방식.
사립인 한양초등학교는 홈페이지(http://kid.hanyang.ac.kr)에 가상학교(virtual school)를 구축, 한달에 두 번 재택학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 오덕규 교장은 “학급별로 운영하는 가상학교는 학생들이 수시로 접속해 교사가 범교과적 내용으로 제시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초등학교 황용문 교감은 “주5일제 수업을 ‘토요일은 학교 안 가는 날’로 생각해선 곤란하다”면서 “교과과정에 나오는 다양한 소재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날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전망〓주5일제 수업이 정착되려면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참여와 지원이 중요하다. 먼저 40명 안팎의 한 학급 학생이 4∼6명씩 모둠을 이뤄 현장수업을 할 때 도우미(명예교사)로 일할 학부모가 매주 6∼10여명씩 필요하고 견학지인 박물관 공원 유적지 등지에서 학생들에게 충실하게 설명하고 지도할 지역 인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채현숙씨(42)는 “학생 4, 5명을 데리고 현장수업을 나가 보니 의외로 갈 곳도 마땅치 않고 통솔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면서 “간식비 교통비 관람료 등 비용부담 문제도 있어 학부모들이 자주 의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기초등학교 6학년 부장 박명애 교사는 “주5일제 수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토요일 오전에라도 학생들에게 박물관 등을 무료로 개방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5일제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연간 수업일수를 220일 이상으로 규정한 교육법시행령을 손질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오신근 장학관은 “주5일제 수업은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있는 문제여서 이를 전면 시행하는 일정은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내년까지 2년간 실험학교의 운영결과를 토대로 2003년부터 시범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