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漢)대에 씌어진 ‘열녀전(列女傳)’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 속에서 동양 여성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읽어내려는 이번 학술대회는 서구 이론을 뛰어 넘어 동양의 자생적 여성학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열녀전’은 기원전 1세기 유향(劉向)이 지은 중국 최초의 여성 전기집이자 여성 교육서. ‘예기(禮記)’에 나타난 유교적 여성관에 입각해 ‘모의(母儀―남편과 자식을 을 잘 보필한 여성)’, ‘현명(賢明―사리에 밝은 여성)’, ‘인지(仁智―식견과 재능이 뛰어난 여성)’, ‘정순(貞順―예절을 철저히 지키는 여성)’, ‘절의(節義―절개를 실천한 여성)’, ‘변통(辯通―언변이 뛰어나 사건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여성)’, ‘얼폐(孼嬖―음탕한 여성)’ 등 본받아 마땅하거나 비난받아 마땅한 7가지 유형의 여성 104명의 전기를 서술한 책이다.
서강대 중국문화과 박영희 교수는 발표문 ‘여성 전기의 구성원리와 그 담론’에서 ‘열녀전’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지적한다. 열녀전과 같은 전기(傳記)는 한 인물에 관계된 사실들을 당시 이데올로기에 부합되게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가부장적 유교사상이 전면에 부상하던 한(漢)대에 씌어진 열녀전은 당시 여성 현실에 대한 객관적 서술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던 남성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중문학과 송정화 교수는 발표문 ‘신화 속의 처녀에서 역사 속의 어머니로’에서 모성이라는 미명 하에 억지 희생을 강요하는 당시 사회상을 설명한다.
임신과 출산의 고통, 양육의 어려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변화 등 정작 여성 내면의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된 채 ‘현모양처’라는 정형화된 여성상만을 제시해 결국 가부장적 시대상을 보여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중문학과 정재서 교수는 ‘열녀전’ 등장 인물 가운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은 관비(官婢)의 길을 택하는 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