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디아블로, '한국의 판테라'를 꿈꾼다

  • 입력 2001년 5월 8일 17시 08분


언더 릴레이 8번째 주자는 파워 메탈 밴드 '디아블로'(Diablo)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에서 그룹 이름을 따온 이들은 팀 이름 만큼이나 폭발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사한다.

93년 결성된 디아블로는 옴니버스 앨범 '정당방위'(97), 산울림 헌정 음반(99)에 참여했고 지난해 데뷔 앨범 'Desirous Infection'을 선보인 실력파 뮤지션. 최근 내한공연을 가진 세계적인 메탈 밴드 '판테라'의 오프닝 주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8일 동아닷컴에서 만난 디아블로의 박정원(보컬), 추명교(드럼), 김수한(기타), 김형중(베이스)은 강렬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뮤지션 답지 않게 차분하고 수수한 모습이었다. 직선적인 록의 즐거움을 선보이는 이들에게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들었다.

*동아닷컴 뮤직은 디아블로의 일본 발매 싱글 음반과 스티커를 네티즌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이벤트(event@donga.com)로 디아블로의 음악에 대한 의견과 동아닷컴 ID와 이름을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선물로 드립니다.

▼ 얼마전 세계적인 메탈 밴드 판테라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 섰는데 느낌이 어땠나?

- 김수한(김): 판테라는 우리의 우상이고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어서 지금도 꿈만 같다. 그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오프닝 공연을 하는 동안 판테라 멤버들은 헤드뱅잉을 하면서 음악을 즐겼고 "한국 록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 디아블로의 음악을 두고 하드코어다 데스메탈이다 의견이 나뉜다. 정확한 음악 장르가 뭔가?

- 박정원(박): 우리는 파워 메탈 밴드다. 강하고 거친 사운드 속에 친숙한 멜로디를 가미해 대중적인 취향도 고려했다. 물론 1집에 수록한 'Insane'같이 하드코어적인 요소를 가미한 곡은 있지만 부수적인 부분일 뿐이다.

▼ 요즘 대학 축제에 자주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중의 반응은 어떤가?

- 추명교(추): 록이나 메탈은 젊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강렬한 음악에 맞춰 즐길 줄 안다. 최근 들어 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피부로 실감한다.

▼ 디아블로가 지향하는 음악 세계는?

- 김형중(중): 우리는 남성적이고 강한 음악을 추구한다. 다소 극단적인 음악이지만 이제는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우리 음악을 알리기 위해 쉬운 멜로디 등을 가미하고 있다. 3년전에 정동진 공연을 가면서 '뭔가 쉬운 노래를 들려주자'는 생각으로 송창식 선배님의 '고래사냥'을 메탈풍으로 선보였는데 지금까지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 지난해 발표한 1집 음악은 포효하는 듯한 보컬과 공격적인 연주가 자극적이고 '어둠 속의 돼지' '절벽 위에 서다' '잃어버린 천국' '미친' 등 다소 냉소적인 느낌이 제목이 독특한데 어떤 의도인가?

- 박: 우리 멤버들이 공동으로 곡을 쓴 데뷔음반에는 사랑했던 사람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다거나 인간 소외, 썩은 정치인을 비판 하는 등 사회성 문제를 다뤘다. 강렬하면서 극도로 슬픈 느낌을 담으려했다.

▼ 일본 인디 음악 프로덕션 하울링불에서 싱글 음반을 발매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물이 있었나?

- 추: 일본에 한국 록을 알렸다는 정도이고 시작에 불과하다. 오는 8월25일부터 2일간 일본 오사카에서 판테라, 슬레이어 등 외국 뮤지션과 함께 '비스트 피스트'라는 음악 축제에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디아블로의 음악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 디아블로 음악중 감상을 권할만한 곡은?

- 디아블로: '어둠 속의 돼지' '절벽 위에 서다' '미친'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뮤직비디오 보기
  - Intro/Broken Arrow
  - Wipe You Off
  - Insane/황무지
  - Try to bother me/Pig in the dark

♬ 노래듣기

  - Standing On A Cliff
  - Pig In The Dark
  - Insane

▼ 그 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는다면?

- 김: 작년 트라이포드 록 콘서트가 무산된 후 네티즌들의 요구로 서울 대학로 SH 클럽에서 노마크, 블랙 신드롬, 피아 등과 합동 공연을 열었는데 객석의 뜨거운 반응이 정말 놀라웠다.

▼ 디아블로 결성 전에 각 멤버들의 과거가 궁금하다.

- 디아블로: 각자 아마추어 밴드에서 활동한 것이어서 뚜렷한 무엇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 서초동의 '눈깨' 소극장에서 활동하면서 서로를 눈여겨 보았고 지금의 멤버가 만들어졌다.

▼ 최근 진행중인 대중음악 판 바꾸기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박: 좋은 현상이다.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된 가요 시장은 세계 유일하며 국내 대중가요를 죽이고 있다고 본다. 우리 음악을 살리는 운동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고 이런 뜻깊은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

▼ 그렇다면 언더 밴드들은 국내 대중음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나?

- 중: 그 동안 록은 강한 음악이라는 이유로 소외돼 왔던게 사실이다. 우리 역시 30대에 접어들어서야 데뷔 앨범을 냈을 정도로 상황은 어렵다. 그러나 디아블로가 이름을 알린 만큼 후배 언더 가수들의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요즘 디아블로 멤버들이 즐겨 듣는 음악은?

- 디아블로: 메탈은 물론 도어스, 레니 크래비츠(중), 데이브 매튜 밴드(추)와 기성 가요 등 다양한 음악도 즐긴다.

▼ 밴드를 운영하면서 애로사항은 없나?

- 김: 과거에 공연하고 라면 사먹을 돈도 없었던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각종 공연에 출연하면서 서울 신정동에 연습실도 마련했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 앞으로의 계획과 다음 언더 릴레이 인터뷰 주자를 추천해달라.

- 올해 안에 2집 음반을 발표한다는 목표로 곡 작업을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 우리의 음악을 알리는데 힘쓰고 싶다. 강한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다음 언더 릴레이 주자로 '크로우'를 추천한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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