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취업위해 영어·컴퓨터 등 대학생도 과외 몸살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32분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H기계학원. 기계공학 전공 대학생과 휴학생 30여명이 재료역학의 기본 문제들을 풀고 있었다. 수학 물리 등 공학의 기초 지식과 기본 3역학(재료역학 열역학 유체역학)을 요점정리식으로 가르치는 이 학원은 대학생들에게 인기다. 서울 S대 기계공학과 4학년 강모씨(26)는 “학원 강의가 일목요연해 학교 시험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취업에 대비해 자격증 따는 데도 좋다”면서 “학교 강의는 교수에 따라 각양 각색”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과 마찬가지로 과외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등록금보다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대학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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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사교육 실태〓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C고시학원에서 영어 교직과목을 수강중인 서울 S대 사범대 4학년 박모씨(25).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기업체 입사도 노리고 있는 박씨는 영어회화와 토익(TOEIC) 강의도 듣고 있다. 박씨는 “이달에 학원 수강료로 45만원을 냈다”면서 “학원비를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중앙대에서 열린 S정보통신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이 대학 경영학과 4학년 한모씨(25)는 “외국계 컴퓨터 업체의 2개월짜리 ‘데이터베이스관리자과정’을 170만원을 내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B정보처리학원 관계자는 “한 학기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의 학원비를 지출하는 대학생도 많다”고 귀띔했다.

취업알선 업체 ㈜리크루트정보통신이 동아일보 취재팀의 의뢰로 이달 초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61명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학원수강료와 교재비 등으로 200만원 이상을 사용한 사람이 31.8%(83명)나 됐다.

▽다양한 사교육〓3∼6개월짜리 웹마스터와 웹디자이너 과정은 한달 수강료만 35만원이지만 붐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시험에 대비한 강의까지 등장했다.

대학생들은 시험에 대비해 논술강좌를 듣는가 하면 면접 때 잘 보이려고 자세교정을 위해 댄스학원을 찾기도 한다. K재즈댄스학원 관계자는 “취업 면접을 위해 학원을 찾는 대학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대학 전공을 심화 학습하려는 대학생들을 위한 학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각종 자격증과 관련된 학원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원인 및 해결책〓대학생의 과다한 사교육비는 대학이 취업하려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부 학원의 상혼이 맞물려 발생하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크루트정보통신 정철상(鄭哲相·33) 인재개발팀장은 “일부 학원이 대학생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불필요한 학원 수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농주(金弄柱) 취업담당관은 “기업들이 입사 시험에서 전공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평가한다면 학생들이 학원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현실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달·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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