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동은 유교관광지…곳곳에 종택 즐비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50분


처마끝 낙수 소리가 적막했다. 낡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내다보니 날아가 떨어질 듯한 허공. 수백년된 누각 앞의 허공에 세월을 잊은 듯 비가 내렸다.

7일 경북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안동김씨 태장재사’를 찾았을 때는 27대손이라는 김영한씨(68)가 부인 권계남씨(66)와 함께 묘를 지키고 있었다.

이 곳은 안동 김씨 시조인 태사(太師) 김선평(金宣平)공의 묘를 지키고 봉제(奉祭)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사(齋舍)인 ‘안동김씨 태장재사(安東金氏 台庄齋舍)’. 조선 영조시대 후손들이 세웠다. 김선평은 고려 태조 왕건이 안동지방에서 후백제의 견훤과 천하를 놓고 결전을 벌일 때 왕건을 도운 공신이다.

“매년 음력 10월10일이면 안동 김씨 일가 300여명이 모여 갓 쓰고 도포 입고 제사지내는데 150명 정도가 이 곳에서 자고 가지요. 하룻밤에 소 반마리가 필요합니다.”

인근에는 ‘의성김씨 학봉종택(義城金氏 鶴峯宗宅)’이 있다. 서후면 금계리에 위치한 이 곳은 임진왜란 중 의병과 관군을 지휘했던 학봉 김성일의 종택이다. 관광객들에게 안채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종손 김시인씨(85)가 거주하고 있다. 김씨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김씨는 완고하게 “사진을 찍으려면 두루마기를 입어야 한다”며 카메라 반대방향으로 돌아섰다.

이 곳에서 가까운 곳에 하회마을이 있다. 하회마을은 임진왜란 때의 명신 서애 유성룡의 집안인 풍산 유씨들이 대대로 살고 있는 곳. 하회마을 강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 보았더니 풍산 유씨(유영하·65)라고 했다. 유적지와 집안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다.

안동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곳이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 하지만 이 외에도 안동김씨 종택, 퇴계 종택 등 많은 종택과 병산서원, 화천서원, 석문정사, 광산김씨 예안파 유적지(오천유적지) 등 수많은 고건축물과 유적지가 있다. 안동시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건축물은 170여점이지만 비지정된 문화재급 건물도 200여점에 이른다.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회는 안동을 ‘한국의 건축기행’장소로 선정했었다.

안동댐 부근에 최근 KBS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 세트장이 마련됐다. 초가집들이 마련된 이 세트장에서는 드라마 내용 중 서민생활 일부를 촬영할 계획이다.

안동시는 이 세트장 건설을 계기로 이 일대에 대규모 고건축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란다. 안동시 일대에 비지정된 문화재급 건물들을 장기적으로 이 곳으로 옮겨 온다는 계획.

안동시는 경주의 신라문화권, 공주의 백제문화권에 이어 안동시 일대를 ‘유교문화권’관광지로 개발한다는 10년계획을 지난해 7월 세웠다. 올해는 사실상의 시행 첫 해. 그 핵심은 안동의 고건축을 비롯한 유적지와 정신문화.

하재인 안동시 문화관광과장은 “유적지뿐만 아니라 안동의 숨은 전통문화를 보여주려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안동의 각종 제례를 문중과 협의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동〓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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