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제일교회 역사편찬위원회 김대구 권사는 “아서 노블 선교사의 부인이 수집해 미국으로 가져갔던 이 옷을 최근 아펜젤러노블기념재단(ANF)으로부터 입수해 국내로 다시 들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노블의 후손들은 이 옷이 구한말 톱(top) 무당이 입던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 옷에 왕실에서만 쓰는 비단(청라)이 사용되고 고관대작의 관복에나 있는 문양이 새겨진 것으로 보아 왕실의 총애를 받아 대군의 지위에 오른 당시 유일한 무당인 진현보군이 왕실로부터 하사 받은 옷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진영군(眞靈君)으로도 불리는 진현보군은 명성황후로부터 총애를 받아 국(國)무당의 지위에 올랐다는 정도만 사학계에 알려져 있다. 정동제일교회 목사 출신으로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외무부 차장을 지낸 현순(玄楯·1880∼1968) 목사는 자서전에 진현보군이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으며 세도를 부렸다는 사실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겼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李泰鎭) 교수는 “톱(top)무당이란 표현만으로 꼭 진영군을 지칭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 그런 칭호를 받을만한 이는 진영군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동제일교회는 이 옷과 1882년 고종의 하사품으로 추정되는 태극기, 최근 발견된 구한말 선교사 아펜젤러의 일기, 아펜젤러와 노블이 찍은 1000여점에 달하는 사진 등을 13일 서울 인사동 중앙감리교회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