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일간지에 지리산을 공식적으로 700번 오른 사람의 대형 인터뷰가 실려 화제가 되었다. 사람의 형형한 눈빛, 도(道) 튼듯한 한마디 한마디가 속진에 찌든 우리에게 천둥소리로 다가왔다. 여기 그에 진배한 젊은이가 있다. 62년생 서울의 생활인임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지리산으로 달려가는 김명수씨가 바로 그다. 그도 수백여 차례 지리산을 답사했다고 한다. 수십차례가 아니고,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우리는 대체 뭔가? 일요일날 거실서 TV채널이나 돌리고 짜장면이나 시켜먹는 우리는….
우리 사회 일각에 이런 '빠꼼이'들이 많이 많이 있어야 한다. 그가 1990년 펴낸 지리산 등산안내서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어떤 이는 이 책을 보자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고전'을 떠올리며 '개작이나 했는 모양이군'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그동안 틈틈이 수집한 지리산 관련 자료와 이야기를 토대로 지리산의 자연환경과 지형지물, 정책상의 여러 변화를 반영해 '역사 기행을 겸한 지리산 산행 완벽 가이드-지리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펴낸 것이다. 완전히 다른 책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책이라고 안변하겠는가. 더구나 디지털세상인데.
지리산은 백두산마냥 역사의 산이자 민족의 산이다. '역사'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학동의 산, 빨치산의 산, 고난과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직한 소형상의 산. 삼도에 걸친 우람한 산. 온갖 무당들이 부산을 떠는 산, 명창을 길러내는 산, 상생의 미래를 지리산을 기점으로 확약받고 싶어하는 '지리산 살리기운동' 사람들의 산. 산을 우습게 알면 피아골처럼 거센 황토물로 몇 십명이고 몰살해버리는 산. 불교를 아우른 신앙의 산. 그 산의 주요 산행코스 15개를 기점별로 나눠 동식물이면 동식물, 역사면 역사, 지도, 산행 유의점등 시시콜콜 기술한 이 책 한 권이면 지리산을 마스터하게 되는가?
천만이다. 책내음만 갖고 안되는 것이 땀냄새이다. 누구라도 민족이나 통일이나 개인의 건강이나를 생각하면 모름지기 지리산을 찾을 일이다. 그럴 때 배낭에 꾸려가는 이 책은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지은이는 그것을 목마르게 바라고 있다.
최영록<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