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방이 확 트이면서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논밭이 井然(정연)했고 사람들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어 보였으며 기쁨에 넘쳐 있는 듯, 아무리 보아도 이 세상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과연 그곳 사람들은 어부를 마치 外界人 대하듯 신기해했다. 그러면서 다들 자기 집에 초대하겠다고 야단이었다. 어부 역시 그들이 신기했으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참이었다. 이야기를 해본 즉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옛날 秦始皇(진시황)의 暴政(폭정)을 견디다 못해 가족을 이끌고 이곳으로 피난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바깥 세상의 일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려 600년 전의 사람들이 아직도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하룻밤을 묵은 다음 作別(작별)할 때가 되자 금은 寶貨(보화)를 잔뜩 꾸려 주면서 신신당부하듯 말했다. ‘절대로 외부세계에는 알리지 마시오.’ 鐵石(철석)같이 약속하고 나왔지만 은근히 욕심이 動했다. 그래서 후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을 요량으로 계곡마다 표시를 해두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찾았을 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東晉의 田園詩人(전원시인) 陶淵明(도연명)이 쓴 단편 소설 桃花源記(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武陵桃源’은 여기서 유래한 말로 이를 테면 俗世와는 전혀 딴판의 세계로 근심걱정 없는 일종의 樂園(낙원)인 셈이다. 일명 ‘桃源境’이라고도 한다. 동양의 ‘유토피아’라고나 할까.
그 武陵桃源은 예로부터 우리의 詩人墨客(시인묵객)들도 즐겨 읊었다.
頭流山(두류산) 兩端水(양단수)를 녜 듯고 이제 보니
도화뜬 ㅱ은 물에 山影(산영)조ㅱ 잠겨셰라
아희야 武陵이 어디메뇨 나ㅱ 옌가 하노라(曹植 1501-1572)
또한 조선 초 安堅(안견)이 그린 夢遊桃源圖(몽유도원도)는 그것을 시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매년 봄, 복숭아꽃만 보면 생각나는 이야기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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