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37분


◇소년 시인 주대관의 짧은 삶 긴 여운

아이가 읽어도, 부모가 읽어도 모두 눈시울을 붉힐, 슬프고도 감동적인 실화.

소아암에 걸려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져야 했던 대만 소년 주대관. 그럼에도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면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놓치지 않았던, 아이답지 않은 아이 대관이의 이야기가 투명하게 그려져 있다. 대만의 작가인 송방기가 글을 썼고 중간중간에 대관이가 쓴 시를 함께 담았다.

1987년 대관이 태어나던 날 밤, 아버지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아들의 탄생을 알리고자 오토바이를 타고 밤새도록 시내를 돌아다녔다. 전화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혼 7년 만에 그것도 인공수정으로 아이가 태어났으니 그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관은 세 살 때부터 당시(唐詩) 삼백 수와 사서(四書)를 암기할 정도로 총명했다. 음악을 좋아해 바이올린을 배웠고 책 읽기과 글 쓰기도 좋아했다.

그런 대관이가 여덟 살이 되어 암에 걸렸다. 여섯 번의 화학치료, 서른 번의 방사선치료, 두 차례의 수술, 그리곤 아홉 살이 되던 97년 1월 결국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그래도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잖아”라고 말해 부모를 놀라게 할 정도로 담담했던 대관이. 그는 병상에 누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슬픔으로 무너져 내렸다.

‘집에 가서/바이올린 켜고 싶어요/그리고 암 악마에도 바이올린을 가르쳐 줄래요/바이올린을 배우는 어린이는 모두 착해요/바이올린을 배우면 악마도 착해질 거예요’(‘바이올린’)

‘두 다리를 다 못쓰는 사람도 있어/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난 아름다운 세상을 다 다닐거야.’(‘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남기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대관이는 세상을 떠났다. 독자 누구라도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의젓하게 고통과 맞서 나갔던 아홉 살짜리 소년의 눈빛은 해맑기 그지 없었을 터인데….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화다.

주대관 시, 송방기 글, 김태연 송현아 옮김, 195쪽 7500원 파랑새어린이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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